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식량 불안정과 생물 다양성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불러온다. <날씨와 식탁>은 달라진 날씨가 인간을 비롯해 지구에 사는 생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식탁을 키워드로 살펴보는 12회차 연재다. 기후변화의 증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식탁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의 현재를 살펴보고 나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물의 권리와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1회차에서는 기후위기로 굶주리는 사람들과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물들의 현재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 뉴스펭귄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 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23년 세계 기후 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굶주리는 사람의 수는 지난 4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보고서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최소한의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사람의 수가 3억 33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팬데믹 이전 1억 4900만 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식량 불안정을 악화시키는 큰 요인은 이상기후 현상이다. 특히 폭염과 가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는 농업에 큰 타격을 준다. WMO는 지난해와 올해 이상기후로 식량 생산량이 12%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농작물의 생산성이 저해되면 식량 불안정이 심화하고 경제 취약층이 직격탄을 맞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2021년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전 세계 기아 인구가 2억 명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가뭄과 예측 불가능한 강수는 세계 곳곳에 굶주림을 몰고 오고 있다. 특히 인구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지역 주민들의 식량안보가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마다가스카르는 지독한 가뭄과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의 강타로 식량위기가 악화돼 2022년 세계기아지수(GHI) ‘위험’ 수준을 기록, 처음으로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발생한 기아를 겪는 국가로 인정받았다. 2018년부터 강수량이 줄고 2021년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지역 주민들이 메뚜기, 선인장 열매, 야생잎을 먹으며 생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본지를 비롯한 여러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마다가스카르 남부에서 물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마다가스카르는 식량위기 악화로 2022년 세계기아지수(GHI) ‘위험’ 수준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발생한 기아를 겪는 국가로 인정받았다. (사진 WFP_Tsiory Andriantsoarana, 본사DB) / 뉴스펭귄
마다가스카르 남부에서 물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마다가스카르는 식량위기 악화로 2022년 세계기아지수(GHI) ‘위험’ 수준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발생한 기아를 겪는 국가로 인정받았다. (사진 WFP_Tsiory Andriantsoarana, 본사DB) / 뉴스펭귄

아프리카 우간다 역시 예측 불가능한 날씨로 식량 불안이 높아진 국가 가운데 한 곳이다. 특히 우간다 쿠미 지역은 인구의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등 농업이 주요 생계 수단이라 가뭄, 홍수, 산사태 등 잇따른 자연재해와 이상기온으로 인한 타격이 직접적이었다고 알려진다. 

아프리카 남부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엘니뇨의 여파로 올해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자 야생동물의 식량화 계획을 발표했다. 날씨의 영향으로 농작물 수확이 어려워진 데다 대규모 가축 폐사로 먹거리가 줄어들면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기근으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나미비아가 코끼리, 하마, 버팔로, 얼룩말과 같은 대형 야생동물 723마리를 잡아 고기를 배급한 데 이어 짐바브웨도 코끼리 200마리를 살처분해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기후위기로 위기를 맞이한 게 인간만이 아니란 얘기다. 이상기온 현상과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으로 야생동물이라도 먹어야 하는 현실에 봉착한 것이 기후위기의 현재 모습이다. 인류의 배가 고파질수록 동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아이러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지구 대기 온도 상승 곡선이 계속 우상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C3S)는 올해 7월 22일 전 세계 일일 평균 기온이 17.16도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1940년 이후 일일 지구 대기 온도가 가장 높았던 때는 지난해 7월 6일 평균 섭씨 17.08도를 기록했을 때였는데 그 기록이 1년 만에 깨진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1도 상승하면 밀, 옥수수의 생산량이 3~7% 줄어들고 세계 식량 가격은 30% 상승한다. 다음 회차에서는 치솟는 밥상 물가와 식량 불균형이 야기하는 식탁 재난 예상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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