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마일리지가 크면 클수록 소비지에서 원산지의 거리가 멀고 운송과정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양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푸드마일리지가 크면 클수록 소비지에서 원산지의 거리가 멀고 운송과정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양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이상기온이 우리네 식탁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먹거리와 생존에도 수많은 변수를 만든다는 것은 기후위기로 인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려면그 원인이 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실천법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지구에 더 이로운 식생활을 통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접근법이 있다. 

식탁에도 산수가 있다. 식탁 위의 산수는 두 가지 방향에서 따져볼 수 있다. 하나는 식재료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생각해서 소비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탄소배출량이 많은 고기보다는 채소를, 고기라 하더라도 메탄가스를 많이 뿜어내는 소보다는 닭이나 돼지를 선택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식재료가 우리에게 오는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모든 식품은 생산자의 손을 떠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긴 여정을 거치는데, 이 이동 중에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푸드마일리지’라고 한다. 

1994년 영국 환경운동가 팀 랭이 창안한 푸드마일리지는 식품의 환경 부담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수치로 곡물, 축산물, 수산물 등 9개 수입품목을 대상으로 계산된다. 식품의 수송량(t)에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이동거리(km)를 곱하면 산출된다. 예를 들어 10t의 콩을 생산지에서 500km 떨어진 곳으로 수송하면 푸드마일리지는 5000t·km가 된다. 

푸드마일리지가 크면 클수록 소비지에서 원산지의 거리가 멀고 운송과정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양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한다. 긴 이동 시간 동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보존료와 같은 화학적 첨가물을 더 많이 사용해 식품의 영양과 안전성도 떨어지게 된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식품을 구매할수록 환경과 식탁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식품을 구매할수록 환경과 식탁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2022년 네이처 푸드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0%가 전 세계 식량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식품운송 분야는 그중 약 6%를 차지해 항공 부문 배출량이 2%가량인 것보다 더 높았다. 연구진의 계산 결과 식품 운송에서 전세계적으로 연간 약 30억 톤에 달하는 탄소가 발생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년 한국·일본·영국·프랑스를 대상으로 ‘푸드 마일리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1인당 푸드마일리지가 7085t·㎞로 가장 높았다. 식량자급률이나 기후 등이 비슷한 일본은 5484t·㎞에 그쳤고 프랑스는 우리나라의 10분의 1 정도인 739t·㎞를 기록했다. 

이유는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수입 식품의 확대로 분석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살펴보면 농축산식품 수입액은 2023년 302억 2100만 달러로 20년 전인 2004년 112억 2000만 달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푸드마일리지가 큰 폭으로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쇠고기 10t 기준 푸드마일리지를 살펴보면 횡성 한우가 1110t·㎞, 호주산이 8만3000t·㎞로 호주산 수입 소고기의 푸드마일리지가 약 75배 많다. 

콩도 바다를 건너오면 푸드마일리지가 훌쩍 뛴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산 콩을 운반할 때 나오는 탄소 배출량이 13g이라면 미국산 콩을 운반할 때 나오는 탄소량은 463g에 달해 국내산 콩보다 37배나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러한 계산법이 보여주는 것은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식품을 구매할수록 환경과 식탁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입식품보다는 국산식품을 이용하고 근거리 농가에서 나고 자란 지역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이 푸드마일리지 수치를 낮춰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다만 일부 도매가가 매겨지는 과정에서 생산지에서 서울로 이동했다가 다시 생산지로 이동하는 시스템이 있어 생산지에서 수확 후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로컬푸드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로컬푸드는 일반적으로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되는 지역농산물을 말한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가까운 식자재로 운송거리가 짧아지면 신선도를 지키면서 보관과 운송에 사용하는 에너지와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식량 불안정과 생물 다양성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불러온다. <날씨와 식탁>은 달라진 날씨가 인간을 비롯해 지구에 사는 생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식탁을 키워드로 살펴보는 12회차 연재다. 기후변화의 증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식탁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의 현재를 살펴보고 나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물의 권리와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9회차에서는 지구를 살리는 푸드마일리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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