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기후위기 시대 ‘기후불평등’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코알라는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동물로 자주 거론되는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동물은 기후위기 시대 ‘기후불평등’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코알라는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동물로 자주 거론되는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기후위기는 인류의 식탁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의 먹거리에도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가뭄으로 나무와 풀이 마르면서 초식동물들이 기아와 탈수로 집단 폐사하는 일이 일어나고 양서류의 40%가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이들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의 개체수와 생태계 질서에 대한 염려도 나오고 있다. 

동물은 기후위기 시대에 거론되는 중요한 주제인 ‘기후불평등’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기후약자로서 기후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고 배를 주리다 굶어 죽기도 하고 겨우 대안을 찾아 적응하며 스스로 변화하기도 한다.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동물로 자주 거론되는 멸종위기종에는 코알라가 있다. 코알라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VU, Vulnerable)으로 분류돼 있다. 

호주 동부 삼림 지역에 서식하는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을 주식으로 한다.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대신 수분 함량이 높은 유칼립투스 잎을 통해 수분을 채운다. 

그렇기에 가뭄과 기온 상승, 강우량 변화로 유칼립투스 내 수분과 영양 함량이 적어지는 문제가 코알라에게는 직격타가 된다. 코알라가 탈수와 영양실조에 시달릴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집단 폐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칼립투스 나무의 멸종위기도 우려되고 있다. 호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산불은 유칼립투스 숲을 순식간에 불태운다. 코알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식량 공급원이 사라지는 문제에 더해 움직임이 느린 코알라가 산불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기도 한다. 

북극권에 사는 순록도 기후위기로 먹거리를 구하지 못해 생존위기에 처해 있다. 다만 일부 개체는 먹이를 바꾸면서 오히려 번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산타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순록은 IUCN 적색목록 취약(VU)에 등재돼 있다. 사슴과 닮았으나 사슴보다 몸길이가 더 길고 무게도 더 많이 나간다. 

서식지는 주로 그린란드나 시베리아 같은 북극의 툰드라 지역이나 산악 지역으로 이끼나 조류와 같은 지의류를 뜯어 먹으며 살아간다고 알려진다. 지의류는 북극처럼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많은 동물의 고마운 먹이가 되어준다. 

문제는 북극의 따뜻해진 날씨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에 눈 대신 비가 내려 얼거나 눈이 녹았다 다시 얼면서 순록이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순록은 주둥이로 눈을 헤집어 먹이인 지의류를 잘 찾아서 먹지만, 비 또는 녹은 눈이 혹한에 다시 얼면서 빙판이 되면 딱딱한 얼음 속에 가둬진 지의류를 먹을 수 없게 된다. 따뜻해진 날씨로 눈이 녹은 상태에서 돌아다니다 지의류가 짓이겨지기도 한다. 

순록의 위기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알래스카 남서부 물차트나 순록은 1990년대 중반 20만 마리로 정점을 찍고 곧 감소세로 돌아서 2019년 그 수가 1만 3000마리로 줄었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는 순록 사냥이 금지됐다.

2019년엔 스발바르 제도에서 200마리가 넘는 순록이 한꺼번에 아사하는 일이 있었다.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강수량이 늘고 빗물이 얼어붙으면서 얼음층이 두꺼워져 주요 먹이인 이끼류를 덮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순록을 관찰하던 과학자들은 순록의 떼죽음을 두고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순록 보호와 개체수 증가를 위해 미국 알래스카 주정부는 지난 6월 초 순록의 천적인 불곰 81마리, 늑대 14마리를 사살했다. 순록 개체수가 줄어드는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와 영양실조이지만 불법 사냥 역시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불곰과 흑곰, 늑대와 같은 포식자를 사살하는 건 희생양 몰이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으로 기후위기에 따른 먹이 부족과 서식지 파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극권에 사는 순록도 기후위기로 먹거리를 더 이상 구하지 못해 생존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북극권에 사는 순록도 기후위기로 먹거리를 더 이상 구하지 못해 생존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얼음 속 이끼류 대신할 식단 찾으면서 생존

러시아, 캐나다, 알래스카에서 순록이 굶주리거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과 달리 일부 순록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스발바르 순록의 이야기다. 2022년 12월 25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지가 지구변화생물학(Global Change Biology) 학술지에 게재된 핀란드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스발바르 순록의 개체수는 최근 수십 년간 오히려 증가했다. 

스발바르 순록은 북극에서 800km 떨어진 노르웨이 스발바르 군도에 서식하는 작은 크기의 순록 종이다. 이들은 어떻게 다른 순록들과 달리 개체수를 늘릴 수 있었을까? 정답은 식단을 바꿨다는 데 있었다. 

연구 결과 1995년과 2012년 사이 순록들은 생장이 저조한 이끼류에서 잔디, 벼처럼 좁고 긴 잎과 눈에 거의 띄지 않는 꽃을 지닌 식물인 ‘그래미노이드(Graminoid)’로 먹이를 바꿨다.

그래미노이드는 해당 시기 따뜻한 토양과 순록 배설물을 자양분 삼아 활발한 생장률을 보였다. 게다가 이 식물의 줄기는 위로 뻗는 특징이 있어 1cm의 얼음도 뚫고 나와 순록의 눈에 쉽게 띌 수 있었다. 영양분도 순록이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러한 삶의 대안이 모든 북극 지역의 생명들에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스칸디나비아에서는 기온이 오르고 눈 위에 비가 내리면서 오히려 눈더미 아래 독성곰팡이가 퍼져 순록이 이 지역을 피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야코 푸트코넨(Jaakko Putkonen) 미국 노스다코타대학 교수가 “자연은 상호의존적인 변수들로 이루어진 끝없는 거미줄”이라고 말한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순록의 적응 사례는 또 있다. YTN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연구팀이 북극 스발바르 제도에 사는 순록 2200마리에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해 관찰한 결과, 순록들이 얼음 속에 갇힌 이끼류 대신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를 먹이로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역 순록 개체수의 약 3분의 1이 해조류를 먹는 것으로 관찰되었으며 실제로 얼음층이 두꺼운 곳일수록 해안으로 이동하는 순록이 많았다. 다만 이는 보조적인 에너지 섭취원 정도로 이상기온에 대한 작은 대안으로 보인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식량 불안정과 생물 다양성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불러온다. <날씨와 식탁>은 달라진 날씨가 인간을 비롯해 지구에 사는 생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식탁을 키워드로 살펴보는 12회차 연재다. 기후변화의 증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식탁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의 현재를 살펴보고 나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물의 권리와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8회차에서는 기후위기로 먹거리에 혼란을 느끼는 야생동물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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