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상승과 해수 산성화로 해양 생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수온 상승과 해수 산성화로 해양 생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기후변화로 지구 온도가 오르면서 바다도 점점 더 뜨거워지고 산성화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과 산성화는 해양 탄소 흡수원 약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를 불러온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양 생물의 약 25%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료에 따르면 2100년경 해양 생물의 최대 84%가 멸종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측된다.

예컨대 바다사자와 같은 포유류는 해양 오염과 기후위기로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생존에 위협받고 있다. 바다거북은 플라스틱 쓰레기, 불법 포획,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이밖에 다양한 어류와 조류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국립 생태분석 융합센터(NCEAS) 연구진 등은 지난 9월 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인간 활동과 기후위기로 해안 생태계가 훼손되고 전 세계적으로 2만 1000여 종의 해양 동물 멸종 위험이 증가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생물군은 산호다. 이어 오징어, 문어와 같은 연체동물, 불가사리, 성게 등의 극피동물, 새우, 게, 바닷가재 같은 갑각류도 높은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상적인 수온 상승으로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처가 되는 산호초와 해양 동식물 먹이망의 기초를 형성하는 플랑크톤의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해양 산성화도 해양 생태계 균형을 위협하고 있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바닷물과 만나면서 약한 산성을 갖는 탄산수소로 변해 물속에 녹는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많을수록 더 많은 양이 바닷물에 녹아 바닷물 수소이온농도(pH)가 낮아져 산성이 강해진다. 

독일 싱크탱크인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는 지난 9월 24일(현지시각) 발간한 ‘행성 건강검진’ 보고서에서 인간 활동으로 인한 화석 연료 연소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세계 바다가 과도하게 산성화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산성화된 해수는 해양 생물의 먹이이자 바닷속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에 큰 피해를 준다. 플랑크톤의 수는 해양 산성화와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 화학물질로 지난 70년간 급감해 개체 수의 50% 이상이 사라졌다고 알려진다.

바닷속 탄산이온 농도가 낮아지면 탄산칼슘으로 구성된 껍데기와 골격을 가진 조개, 성게, 산호와 같은 해양 생물의 개체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산성화된 해수에 탄산칼슘이 용해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비영리 단체, 학계 등이 해양보호구역(MPA)을 설정하고 해양 생물 다양성을 모니터링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 해양보호구역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주의 경우 해양보호구역 14곳이 지정돼 있지만 대부분의 보호구역에서 해양 쓰레기가 발견되고 멸종위기종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20여 년 전부터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제주 문섬 일대에서 천연기념물 연산호 군락을 훼손한 폐어구와 낚싯줄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구 표면의 71%를 덮고 있는 바다는 그동안 인간 활동으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자연에서 가장 큰 이산화탄소 흡수 장치라고 불려왔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바다는 화석 연료로 인한 온실가스의 90% 이상을 흡수했다. 그야말로 지구 온도를 조절하는 완충제 역할을 해온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바다가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다의 한계라는 말도 나온다. 

KBS 다큐인사이트 ‘끓는 바다’에서는 지난해 4월 기준 지구 해수면 평균 온도가 21.1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방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그린란드의 빙하와 북극의 빙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바다가 탄소를 흡수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린피스는 “최근 5년간 기후변화로 해양의 산소 함량이 줄고 산호 백화, 해수면 상승 등 해양 위기가 심화됐다“며 ”지금 즉각 행동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식량 불안정과 생물 다양성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불러온다. <날씨와 식탁>은 달라진 날씨가 인간을 비롯해 지구에 사는 생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식탁을 키워드로 살펴보는 12회차 연재다. 기후변화의 증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식탁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의 현재를 살펴보고 나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물의 권리와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6회차에서는 기후위기로 생존위기를 맞은 바다생물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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