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 배출되는 26.5kg의 탄소는 예측 불가능한 폭염과 폭우가 휘몰아치는 지구에 견딜 수 없는 부담이 되어가고 있다. ‘탈탄소’를 외치는 기후위기 시대에 육식문화의 변화와 함께 동물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공장식 축산업이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고기, 달걀, 우유와 같은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동물을 한정된 공간에서 밀집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업에서 동물은 주체성 없는 대상이자 착취의 대상으로만 다뤄진다.
A4용지 한 장보다 작은 면적에 사는 닭, 다른 닭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생후 7일이 되면 부리가 잘리는 병아리, 같은 이유로 꼬리가 잘려 나가고 생니가 뽑히는 아기 돼지까지 공장식 축사는 동물학대와 동물권 침해의 현장으로 지목된다.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농장동물이 사는 공간도 인간들이 만든 합리성이라는 단어에 기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공장식 축산업은 가축전염병과 살처분과 같은 환경문제와도 직결된다. 좁고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제한된 공간에서 밀집해 사육되는 동물들은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면역력이 약해 병에 걸릴 확률도 높다. 이를 막기 위해 항생제 투여량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면역력 저하를 불러온다. 좁은 공간에서 GMO 사료를 먹으며 호르몬제, 항생제를 맞으며 사육된 동물들이 전염병에 더 취약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인과다.
시민활동가들은 기후위기가 동물들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올해 예년보다 일찍 시작돼 9월까지 이어진 찜통더위 속에서 공장식 축사로 농장동물 100만 마리와 양식어류 1000만 마리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말 그대로 땀 식힐 공간 하나 없이 서로에게 파묻혀 죽은 돼지와 닭의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 여름이었다.
사육되는 동물들을 탄소배출원이 아닌 기후위기 피해자로 바라보고 공장식 축산을 철폐하고 동물해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해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동물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사회적·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시민운동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축사에 갇혀 있다 구출된 돼지 ‘새벽이’를 보호하고 있는 새벽이생추어리의 혜리 활동가는 지난 9월 7일 서울 강남대로에서 진행된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동물은 기후위기의 피해당사자이자 투쟁하고 있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박종무 생명윤리학 박사는 저서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서 “우리는 인간을 최상위에 두고 생명체 각각을 개체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계의 생명 중 홀로 존재하는 생명은 없다. 모든 생명은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 맺으며 공진화해왔다. 그래서 생명은 생명 공동체인 공생명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생태계 착취, 동물권 착취를 통해서는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얘기로 확장할 수 있다. 공장식 축사와 대규모 양식장 환경 개선 없이는 기후위기를 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식량 불안정과 생물 다양성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불러온다. <날씨와 식탁>은 달라진 날씨가 인간을 비롯해 지구에 사는 생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식탁을 키워드로 살펴보는 12회차 연재다. 기후변화의 증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식탁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의 현재를 살펴보고 나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물의 권리와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5회차에서는 공장식 축산업과 얽혀 있는 식탁에 대해서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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