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편지가 왔어요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멸종위기 동물들이 보낸 백여 통의 편지를 받았지만, 어느 한 통도 답장을 보내는 게 쉽지 않다. 슬프고 부끄러운 마음을 이겨내고 펜을 든다 해도 답장을 받아줄 곳이 그때까지 있어주기나 할까 싶다. 

이 많은 생명들을 '물건처럼 여기며 마구 쓰면서' 죽음으로 몰아넣는 내내 무심하더니, 정작 여섯 번째 대멸종은 피해보겠다는 인류의 심보가 참 밉살스럽게 느껴진다. 

한편으론 형형색색의 종이를 오리고 붙여 만든 멸종위기 동물들의 모습을 가만가만 쓸어내리다 보면 그들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진다. 인터넷 창을 열어 마주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종 채터검은울새가 말을 건넨다. 

"오래 산 덕분에 이별도 많이 겪어지만 그만큼 새로운 만남도 많았어요. 여러분과도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지 마세요"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인구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더 많이 침범하고, 더 자주 충돌하게 된다. 서식지와 먹이를 뺏긴 야생동물은 사람들의 마을로 들어와 가축을 공격하거나 인공구조물을 망가뜨린다. 안전과 재산을 잃을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무자비하게 학살한다. 

이 비극적인 연쇄는 눈표범의 이야기가 됐다. 늘어나는 중앙아시아 지역 인구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때문에 점점 고산지대를 빼앗기고 있는 눈표범.

집을 잃은 것도 부족해 가축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보복 살해까지 당하게 된 눈표범은 IUCN 적색목록 취약(VU)종이 됐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산 채 판매되고 있는 늘보로리스 새끼 (사진 Agkillah Maniam/TRAFFIC)/뉴스펭귄
산 채 판매되고 있는 늘보로리스 새끼 (사진 Agkillah Maniam/TRAFFIC)/뉴스펭귄

로리스(Loris)를 간지럼 태우거나 먹이 앞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의 영상들은 로리스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기에도 충분했지만, 로리스를 멸종위기로 내몰기에도 충분했다. 

로리스는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불법 포획돼 애완동물로 밀매되는 동물 중 하나다. 사람들은 로리스를 잡아 펜치나 손톱깎이로 이빨을 강제로 제거한다. 

스리랑카의 어느 부족민들은 슬랜더로리스의 큰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사랑의 묘약으로 여겨 빨갛게 달군 쇠막대기로 눈을 지져 눈물을 얻어냈다고도 했다고 한다.

로리스의 한 종인 자바로리스는 IUCN 적색목록 위급(CR)종이다. 

 

"사람들은 우리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나요?" 

이하 스텔러바다소(사진 Encyclopedia Britannica)/뉴스펭귄
이하 스텔러바다소(사진 Encyclopedia Britannica)/뉴스펭귄

듀공과 매너티의 친척인 스텔러바다소는 동료 간 유대감이 매우 강하다. 상처 입은 동료가 있으면 그 주변으로 몰려와 다친 동료를 감싸고, 죽은 동료가 있으면 함께 애도하는 특성이 있다. 

스텔러바다소의 맛있는 살코기와 튼튼한 가죽을 얻고 싶었던 사람들은 이 점을 이용했다. 스텔러바다소에 일부러 상처를 입히고, 상처 입은 동료를 감싸기 위해 몰려든 스텔러바다소들을 사냥한 것. 

스텔러바다소는 1741년 처음 발견된 이후 고작 27년 만인 1768년 멸종했다. 야생이나 보호시설 어디에도 살아남은 개체가 없는 스텔러바다소는 IUCN 적색목록 절멸(EX)종이다. 
 

(그래픽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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