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바다가 고래를 토해내기 전에

  • 성은숙 기자
  • 2022.07.06 08:55
(그래픽 구민승)/뉴스펭귄
(그래픽 구민승)/뉴스펭귄

 

고래들의 산책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깊은 바다에 살던 고래들이 어느 날 불쑥 육지로 걸어올라왔다. 셀 수 없이 많은 고래들이 마을에 들어와 가게에서 생선을 사먹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빌려 타고, 지하철에서 노래하듯 대화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내 불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거대하고 무거운 고래들이 지나간 도로는 쩍쩍 갈라졌고, 길에는 고래들이 먹다남은 생선 쓰레기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고래들이 버린 쓰레기를 따라 몰려든 갈매기들이 여기저기 똥을 누는 바람에 조각상도 망가졌다. "고래는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라고 외치는 사람들 틈으로 한 소녀가 "고래야, 왜 바다를 떠난거야?"하고 물었다. 고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답했다. "바다가 온통 쓰레기로 가득차버렸어!" 

 

바다는 이미 쓰레기통

2020년 8월 경상남도 통영시 비진도 해안쓰레기(영상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2020년 8월 경상남도 통영시 비진도 해안쓰레기(영상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고래들의 집이나 다름없는 바다는 쓰레기로 가득찬 지 오래다. 

태평양 어느 해상에 있다는 쓰레기섬의 면적은 우리나라 면적의 16배나 되는 180만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이 쓰레기섬에는 7만9000톤 가량의 쓰레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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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해양폐기물 발생량은 2018년 기준 14만5258톤(초목류 포함)에 달한다. 9만4814톤은 육상에서, 5만444톤은 해상에서 기인한 양이다. 육상기인 해양쓰레기는 주로 강·하천을 통해 유입된 것인데, 홍수나 태풍이 발생하면 대량으로 유입되곤 한다. 2020년 호우 시 발생한 약 5만톤의 해양쓰레기 중 90%가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썩어 없어지려면 500년 쯤 걸린다는 플라스틱은 바다에서도 말썽이다.  해양수산부는 국내에서 해마다 6만7000톤 가량(2018년 기준)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보고있다. 매년 6만1000톤을 수거하고 있지만 계속 누적되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6월~2019년 5월 기간 동안 국내에서 폐사한 바다거북 38마리 중 20마리의 위장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다. 바닷물과 수산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 

해양쓰레기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료는 미국 조지아대 제나 잼벡(Jenna R. Jambeck) 교수의 2015년 논문인데, 이 논문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92개 연안 국가에서 발생된 플라스틱 쓰레기 2억7500만톤 중 480만~1270만톤이 해양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쯤되니 고래들이 바다를 걸어나와 마을 여기저기에 버린 생선 쓰레기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전 세계적인 노력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고래의 대답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무엇을 했을까? 

전 세계는 다자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해양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0), 국제연합(UN),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아시아정상회의(EAS), G7, G20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북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도 해양환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정책적·법률적 측면에서 구체적인 대처로 세계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반려동물을 돌보듯 해변 환경을 돌보는 '반려해변' 제도를 포함해 '제3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2019~2023)',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2019)',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2021-2030)', '제5차 해양환경 종합계획(2022)', '해양환경관리법',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 등이 그것이다. 

 

바다가 고래를 토해내기 전에

'고래들의 산책' (사진 웅진주니어 제공)/뉴스펭귄
'고래들의 산책' (사진 웅진주니어 제공)/뉴스펭귄

바다에 버려진 어망에 걸린 해양 야생동물들은 크고작은 부상을 입거나 고통스러운 죽음에 이른다. 해안쓰레기나 침적쓰레기는 바다 생물들의 서식지를 덮어버리는 등 훼손하기도 한다. 바다에 떠있거나 가라앉은 쓰레기들을 모두 커다란 뜰채로 떠내면 좋겠지만, 현실은 상상하는 것만큼 쉽진 않다. 해양쓰레기는 해류와 바람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해양쓰레기는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구 및 폐스티로폼 부표, 선박에서 투기하는 폐기물, 육상에서 해양으로 유입되는 폐기물, 주변 국가에서 국내 연안으로 유입되는 폐기물 등 발생원 및 유입경로가 다양하다. 정부기관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해양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사전예방 단계부터 기업과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이유다. 

함께 사는 지구를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지 않는다면, 고래들은 정말 바다 밖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고래가 스스로 뚜벅뚜벅 걸어나와 건물 사이에 해먹을 치고 낮잠을 자는 게 아니라, 쓰레기통이 되버린 바다가 쓰레기 때문에 죽은 고래를 어느 날 우리에게 토해낼지도 모를 얘기다.   

 

(그래픽 구민승)/뉴스펭귄
(그래픽 구민승)/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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