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박물관이 살아있다?! 에코뮤지엄의 등장

  • 손아영
  • 2022.11.09 18:39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지붕 없는 박물관?


[뉴스펭귄 손아영]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등장하는 전시물을 보면 과거에 존재했던 인물들이 다시 환생한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이처럼 생동감 넘치는 박물관은 이제 현실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바로 지붕 없는 박물관, ‘에코뮤지엄’인데요. 에코뮤지엄이란 ‘지역 고유의 문화와 건축유산, 생활방식, 자연환경 등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형태의 박물관’으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고 콘텐츠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합니다. 최근에는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환경보호 등 지역의 차원에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까지 그 경계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경기만, 유머 한 스푼만!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경기만 소금창고 인형극장(사진 경기 에코뮤지엄 홈페이지)/뉴스펭귄
경기만 소금창고 인형극장(사진 경기 에코뮤지엄 홈페이지)/뉴스펭귄

경기만은 북한의 황해남도 옹진반도와 대한민국의 충청남도 태안반도 사이에 있는 반원형의 만으로, 실크로드(고대 중국과 서양 각국 간에 비단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무역을 하며 정치ㆍ경제ㆍ문화를 이어 준 교통로)로 가는 길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서해의 역사를 안고 있는 지역입니다. 또, 갯벌에 삶터를 만들고, 그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선조들의 삶의 기술이 배어 있는 장소기도 하죠. 하지만 근대화와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공동의 소유지였던 갯벌은 사유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무분별한 개발과 해체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경기만 에코뮤지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보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양식을 도모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인 시흥 에코뮤지엄은 시흥의 대표적인 자연환경인 갯골생태공원, 호조벌, 연꽃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자원을 재해석해 문화·예술 콘텐츠를 창조해냈는데요. 그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소금과 갯벌을 소재로 만든 ‘소금 창고 인형극장’, 생태와 감성을 결합한 산책로 코스인 ‘곰솔누리길’ 등이 있습니다. 

 

세 살 교육 여든까지 간다


실제 주민들이 제작한 마을지도(사진  중)/뉴스펭귄
실제 주민들이 제작한 마을지도(사진 중)/뉴스펭귄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파라비아고’,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지명일 텐데요. 1700년, 파라비아고는 옷감을 만드는 천과 신발생산으로 유명한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산업의 발전은 환경오염을 가져왔고, 이에 파라비아고는 지속가능한 방식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을지도’ 콘텐츠입니다.


이 마을지도는 전문가의 시선으로 지역사회의 유산을 기록한 것이 아닌, 파라비아고 거주민들의 시선에서 기록된 지도입니다. 마을 토박이인 노년층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죠. 마을 어르신들에게 얻은 정보를 토대로 과거 역사를 이야기하고, 환경오염으로 사라졌던 반딧불에 대한 정보를 담기도 합니다. 특히 경관교육을 매우 중요시해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지역투어 및 경관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풍경을 이해함으로써 지구의 거주자로 살아가는 인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보호함으로써 그 풍경을 존중하고, 이를 미래세대에 전해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위대한 자연 앞 인간의 존재


해당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unsplash)/뉴스펭귄
해당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unsplash)/뉴스펭귄

‘다테마야’는 동일본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했던 지역으로,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에코뮤지엄이 자리잡았습니다. 다테마야에서 진행하는 에코뮤지엄 활동은 현재의 지리적 조건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 과거의 사건과 자원이 갖는 의미를 재해석합니다. 그리고 재해석된 자원은 다시 다테마야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가치로 이어지죠. 


이곳 에코뮤지엄의 가장 큰 특징은 ‘온 동네가 박물관’이라는 것입니다. 지역 곳곳에 있는 자원을 연결해 하나의 박물관처럼 기능하게 하죠. 총 11곳의 마을에 담긴 스토리가 존재하는데, 특히 첫 번째 코스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도쿄만의 관문, 해안 마을의 입지적 조건을 바탕으로 하는 <바다와 함께 사는 마을>을 통해 푸른 옥빛이 주는 감성과 누구도 살지 않는 평화로운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반대로 자연이 주는 위대함에 대해 경고하기도 하는데요. 200만년 전 발생한 대규모 해저 산사태, 광동 대지진 등을 통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이면에 놓인 일본의 현실과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인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내가 사는 곳이 곳 박물관이라면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에코뮤지엄은 기존의 박물관과는 또 다른, 신선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견학, 조사 등의 뚜렷한 목적 없이, 따로 분리된 공간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접근성을 높여주죠. 또한 내가 사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은 우리가 처한 문제, 위기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창의적이고 일상적으로 할 수 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