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기후위기에 직면한 도시는 미래 식량안보 대책과 탄소중립 방안을 농촌에서 찾는다. 귀농해 스마트팜 창업을 한 청년에게서 농업의 희망을 보기도 한다. 이렇게 도시는 종종 농촌을 객체로 대한다.
그런데 로스쿨을 졸업하고 그 어렵다는 변호사 시험에 두 번이나 도전해 본 아들 선무영 저자는 도시가 아닌 농촌을 주체로 바라본다. 그곳에서 '어떻게 시간을 쓸지 스스로 정하는 삶'을 살아보겠단다.
그는 귀농하겠노라며 어머니께 편지를 쓴다. 그런 그의 어머니이자 10년 차 농부 조금숙 저자는 '선뜻 반기지 못하는 마음'을 담아 답장을 써내려간다.
"벌써 두근두근하네요"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건 꼭 해야만 했던 아들 선무영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등장인물 홍반장을 보고 "나도 꼭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 사람이다. 그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시골을 경험할 수 있는 현대판 농활을 제공하고, 함께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걸 상상하기도 한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아내와 함께 '시골'에서 살아 남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도 다짐한다. 또 풀 뽑는 일 하나 쉬운 게 없는 일이 농부의 일이라지만, 적어도 무엇을 할지 스스로 정해서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 술 더 떠서 땅을 살리는 어머니를 본받아 진짜 '살림'에 함께하며, 농번기보다 더 바쁜 농한기를 보내는 농부의 삶을 꿈꾼다.
똑똑한 아들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 효율로 활용할 수 있는 시골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볼 생각이라며, 출사표 같은 편지들을 와르르 쏟아낸다.
"오늘, 하루가 길다"
시골에서 농부로 살겠다는 아들의 편지를 받아든 엄마 조금숙의 마음은 편치 않다. 도시에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들인데, 귀농이라니.
영화 속 농촌 모습을 기대하고 철없는 환상에 빠진 건 아닌지 영 마뜩잖다. 아들 때문에 고생길 열린 것 같은 며느리 걱정도 한가득이다.
진작에 귀농한 엄마는 아들의 마음을 돌려 놓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래서 농촌의 일이라는 게 얼마나 고되고 빡빡한지, 학교며 병원이며 번듯한 데 하나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곳인지, 외지인이 쉽게 섞이긴 또 어찌나 힘든지 마치 철옹성을 쌓듯 딱 잘라 얘기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얘기도 꺼낸다. "아들아, 담백한 생각에서 비롯한 신중한 행동인가 돌아봤으면 좋겠구나"
'에이야 흥 에이야 흥'
어머니와 아들은 네 번의 계절 동안 마흔 한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 속 '풀베기'를 한다. 이들의 대화에 아버지와 누나, 며느리의 편지도 간간이 얹힌다.
아들은 아직 불씨가 있는 어머니의 눈매에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음을 전한다. 어머니는 도전에 실패한 것을 드러내 얘기하고,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 C(Choice·선택)를 과감하게 하는 아들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뜻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쉽게 풀리지 않더라도, '에이야 흥 에이야 흥' 흥얼거리며 살면 좋겠다. 마음먹은 대로 그대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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