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큰 산불 피해를 입은 사찰 고운사가 환경단체 등과 함께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에 나선다. 인공복원으로는 기후재난 대응에 한계가 있으므로 자연복원을 통해 숲의 생태적 가치와 생물다양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고운사 사찰림에서 산불 후 맹아가 자란 숲의 모습.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고운사 사찰림에서 산불 후 맹아가 자란 숲의 모습.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고운사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안동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 등이 최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브리핑을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한 연대체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현지 생태계 조사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연회복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국내 산림 관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브리핑 참가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산림 관리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태영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인공복원으로는 반복되는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 회복이 가능할 뿐 아니라 더 효과적임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산림청이 그동안 산불로 피해 입은 나무를 제거하고 새 나무를 식재하는 방식의 인공복원을 반복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공복원 과정에서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심고 기존 숲을 베어 내 산사태 등의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해당 지역이 이미 자연복원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침엽수는 대부분 소실됐으나 활엽수는 대부분 생존해 빠르게 새싹을 틔웠으며 다양한 야생 조류도 숲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연대체에 따르면 지난 주말 시작한 현장 조사에서 너구리와 박쥐, 등줄쥐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자연복원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꾸준히 추적관찰 할 예정이며, 의미있는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자연복원이 숲의 생태적 가치와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것과 더불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일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혜원 불교환경연대 국장은 “소나무 싹이 트면 소나무대로, 참나무가 싹이 트면 참나무대로 자연이 선택하는 방향으로 그대로 지켜봐야 한다는 고운사 주지스님의 말씀처럼 자연의 회복력을 믿고 우리 인간들은 지켜보는 태도와 마음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5년 3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고운사 사찰림은 전체 면적 248.87ha 중 약 97.61%인 242.92ha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지난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국내 사찰림 중 가장 큰 규모다. 이후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 등은 산불 피해지를 기존의 방식(인공복원)이 아닌 자연복원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등운스님은 “현재 조건에서 가장 지혜로운 방식으로 숲을 재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나무 숲의 옛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자연이 선택하는 새로운 숲의 모습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