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귀지못 인근 산불 피해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최근 관찰됐다. 한 시민 탐조인의 우연한 목격으로 이어진 사례다. 전문가들은 산불 이후의 생태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단서는 될 수 있으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3일, 절벽에서 자고 있는 수리부엉이. (사진 우한별 씨 제공)/뉴스펭귄
지난 3일, 절벽에서 자고 있는 수리부엉이. (사진 우한별 씨 제공)/뉴스펭귄

수리부엉이는 야행성 조류로, 사람 발길이 닿기 어려운 절벽이나 암벽 지대에서 주로 서식한다. 울산에서 탐조 활동을 이어온 시민 우한별 씨는 지난 3일 오전 9시께, 인근 저수지에서 탐조하던 중 산불 피해지인 대운산을 지나게 됐고, 절벽 지형이 눈에 띄어 유심히 살폈다. 산불 흔적이 남은 대운산 끝자락 절벽 구석에는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잠을 자고 있었다.

우한별 씨는 당시 이곳이 산불 피해지인 줄 모르고 우연히 들어갔다. 이후 2~3일 간격으로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았고, 지난 6일에도 같은 절벽에서 수리부엉이를 관찰했다.

수리부엉이가 발견된 울산 울주군 대운산 절벽. (사진 우한별 씨 제공)/뉴스펭귄
수리부엉이가 발견된 울산 울주군 대운산 절벽. (사진 우한별 씨 제공)/뉴스펭귄
대운산에 남은 산불 흔적. (사진 우한별 씨 제공)/뉴스펭귄
대운산에 남은 산불 흔적. (사진 우한별 씨 제공)/뉴스펭귄

이 지역은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산림 약 900헥타르 이상이 불에 탄 곳이다. 당시 귀지못을 포함한 울주군 10개 마을에서 주민 수백 명이 긴급 대피했고, 사흘 넘게 진화 작업이 이뤄졌다. 이처럼 큰 산불을 겪은 숲에서 보호종이자 최상위 포식자인 수리부엉이가 발견된 건 생태계 관점에서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보자에 따르면 울산 울주군 온양읍 일대는 평소에도 수리부엉이 서식이 확인되는 지역이다. 그는 "지리적으로 보면 이 일대는 원래 수리부엉이가 살던 곳과 맞닿아 있다"며 "산불 이후 떠났을 줄 알았는데, 남아 있는 걸 보고 자연의 회복력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수리부엉이뿐 아니라 박새, 곤줄박이, 새딱다구리 같은 텃새와 뻐꾸기, 꾀꼬리, 파랑새 등 여름철새도 관찰됐다. 우 씨는 "다른 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이지만, 산불 피해지에서도 살아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생태계 회복 가능성을 기대할 만한 신호일까. 전문가들은 산불피해지에서 확인된 야생 조류의 움직임이 산불로 훼손된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산불 피해 장기적 영향은 추가 조사해야"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산림성 조류에게 산불은 분명히 서식지를 훼손하는 요인"이라며 "산불 이후 일시적으로 진입하는 새들이 있을 수는 있다. 이는 탐색 활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생이 없으면 먹이가 눈에 잘 띄긴 하지만, 실제 먹이 자원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며, 산불 피해 지역에 수리부엉이가 장기적으로 머무를 수 있을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지는 등급에 따라 피해 정도와 복원 가능성이 다르다. 관찰 지점의 피해 강도에 따라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수리부엉이를 연구해 온 신동만 동물생태학 박사는 "원래 그 지역에 살던 개체였을 가능성이 높고, 산불에 일시적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리부엉이 존재만으로 생태계 회복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복원의 흐름 중 일부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수리부엉이는 새나 설치류 등을 먹는 최상위 포식자다. 이러한 맹금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먹이 생물종이 일부 회복되었음을 시사한다. 신 박사는 "나무에 잎이 자라면 곤충이 돌아오고, 곤충을 먹는 새가 오며, 그 위에 맹금류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먹이사슬의 흐름"이라며 "수리부엉이 존재는 생태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하나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산불 피해지 복원 방식에 관한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울산 탐조단체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는 "긴급복구보다 중요한 건 꾸준한 현장 조사를 통한 생태적 보전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신 박사 역시 "산사태 위험이나 안전 문제가 없다면, 일정 수준의 모니터링을 유지하면서 자연에 맡기는 것이 회복을 돕는 길일 수 있다"며 "과거 고성 산불 피해지의 경우, 인위적 개입 없이도 숲이 스스로 회복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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