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일상화 된 가운데 산불이 대형화하는 추세지만 정부 재난 대응 체계가 여전히 사후 복구 중심에 머물러 있어 통합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형산불 정책 연구 국회 토론회.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대형산불 정책 연구 국회 토론회.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그린피스가 8월 27일 위성곤(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 의원실과 공동으로 산불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 중 ‘재난안전관리 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 방안을 공론화한 자리다. 토론에서는 그린피스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현행 산불 대응 체계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0조 원 피해 남긴 캘리포니아 산불...한국은? 

이날 공개된 보고서(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발생의 우발성 및 장기화, 대형화 추세)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이 최근 전 지구적 차원에서 가시화됐다. 평균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 극한적인 기상현상 빈발 등이 그 증거다. 그 결과 산불도 발생 양상과 피해 규모 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보인다. 여러 연구 등이 산불의 우발적 발생과 장기화, 대형화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해 왔다

산불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명 및 재산 분야에서도 큰 피해를 낸다. 일례로 캘리포니아는 2018년 산불로 발생한 직·간접 피해액이 총 1,485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8월 28일) 환율 기준으로 200조 원이 넘는 규모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형산불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197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 65만 여 건을 분석한 결과 산불 발생지역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 중이고 캘리포니아 산불 기록에 따르면 북부와 남부 지역 평균 소실면적이 각각 증가했다. 

큰 산불을 일으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장기간의 가뭄과 건조한 대기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건조한 상태의 장기화는 산림의 가연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의 대형산불 리스크는 온도 상승으로 인해 크게 증가했다. 1980년에서 2018년까지 전지구적으로 나타난 비정상적인 온도상승의 결과로 취약지역의 40%에서 산불 발생가능성이 최소 4배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 또는 지역과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우리나라는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 또는 지역과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건조주의보 발령 2배로 늘어난 대한민국, 산불위험도 커져  

이런 지점에서 한국도 눈여겨 볼 지점이 있다. 한반도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0년간(1973-2024년) 전국 건조주의보 발령 일수 분석 결과, 1970년대 평균 21.7일에서 2020년대 45.2일로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강원 영동, 경북, 경남 지역에서 2000년대 이후 건조주의보 일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강원영동 지역의 최근 5년 평균 건조주의보 일수는 31.8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계절별 강수 패턴 변화다. 여름철 집중호우는 증가하는 반면, 산불조심 기간인 겨울철 강수일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전국 평균 상대습도 역시 모든 계절에서 감소 추세를 보이며, 특히 겨울(-0.16%/년)과 봄(-0.13%/년)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한국에서는 건조주의보 일수가 증가하고 여름철에는 집중 강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겨울에는 누적강수량과 강수일수가 감소해 산불 위험기간인 겨울철에 대기가 건조해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불은 등산객 실수 아닌 기후재난...포괄적 전략 절실"

연구진은 한국의 산불 정책이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입산자 실화' 중심의 사회재난 관리에서 벗어나, 기후변화로 인한 복합재난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산림·도시 인접지역에서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어 기존 산불 발생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포괄하는 국가적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보고서 저자인 심혜영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도 이제 산불을 단순한 사고나 인위적 재난으로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 기후변화와 연계된 복합재난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산불 관리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행사를 주최한 위성곤 의원은 "올해 전국에서 발생한 동시다발적 산불은 우리의 삶과 안전이 기후위기 최전선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었다”며 “피해 최소화와 공동체 회복력 강화를 위해 예방과 완화, 회복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기후재난 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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