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수종 숲은 산불 등 재난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므로 다양한 종의 나무가 섞여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숲을 가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숲 다양성이 산불·기후재난 시대의 생존전략이니 생물다양성 중심의 산림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올해 3월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며 수많은 인명피해와 대한민국 산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피해를 남겼다.
기후위기로 날씨가 널 뛰면서 앞으로 대형 산불이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숲, 그 중에서도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건강한 숲’이 산불을 막는 열쇳말로 주목받고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나무가 많다고 다 같은 숲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 중 하나로 ‘소나무’가 꼽힌다. 기름 성분인 정유 함량이 높아 불에 잘 타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와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 연구진이 진행한 산불 시뮬레이션 결과, 잣나무만 있는 단순림은 2시간 만에 30% 이상이 불탔다. 하지만 잣나무와 굴참나무, 소나무가 섞인 혼합림은 20%만 피해를 입었고, 불길이 나무 꼭대기까지 번지는 ‘수관화’ 현상도 거의 없었다. 특히 산불에 취약한 잣나무도 혼합림 안에서는 안전했다. 숲의 생물다양성이 불길을 자연스럽게 막아준 덕이다.
다만 그린핀스는 해당 시뮬레이션에 대해 “단순화된 지형과 조건에서 진행된 것이므로 실제 산불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침엽수의 산불 피해 양상은 실제와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현실 적용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가 주왕산 국립공원의 실제 산불 피해를 분석해보니, 침엽수 중심의 지역은 피해가 가장 심했지만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지역은 피해가 눈에 띄게 적었다. 이들은 이를 두고 “생물다양성이 산불을 막는 해답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다양한 종의 나무가 섞여있는 숲은 산불 뿐만 아니라 극심한 홍수나 가뭄에도 강하다. 그린피스는 “국내 보호지역 상당수가 개발로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생물다양성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건강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숲을 더 많이 보호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뉴스펭귄에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