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의성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붉은점모시나비가 발견됐다. 10년 전부터 이 나비 서식지를 조용히 청소해온 한 시민의 발견이었다.
21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의성군 안계면 일대에서 붉은점모시나비 개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나비를 처음 목격한 사람은 의성에서 10년째 양봉업을 하는 이석우 씨다. 그는 지난 17일 붉은점모시나비 대체서식지 인근에서 나비 10개체를 처음 발견했고 이후 18일에는 15마리, 19일에는 30마리를 추가로 관찰했다.
2015년 당진~영덕 고속도로 건설로 기존 붉은점모시나비 서식지가 훼손되자 의성군은 인위적인 대체서식지를 조성했다. 당시 이석우 씨는 우연히 안내판을 보고 붉은점모시나비에 관심을 갖게 돼 매년 5월마다 대체서식지를 찾아 주변을 청소하며 나비를 관찰했지만 10년간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대체서식지는 최근 산불로 폐허가 됐다.
그러던 중 대체서식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양봉 작업을 하던 이 씨가 붉은점나비모시를 처음 목격했다. 이곳은 산불이 닿지 않은 곳이자 그동안 나비 서식지로 공식 기록되지 않은 곳이었다.
이석우 씨는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붉은점모시나비는 의성의 보물이라 생각해 매년 알리고 보전하려 애썼는데 이번에 10년 만에 처음 목격했다"면서 "의성군이 이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붉은점모시나비 서식지를 적극 지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호랑나비과에 속하는 붉은점모시나비는 모시를 연상하게 하는 반투명한 흰색 날개에 강렬한 붉은색 점무늬가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5월 초에 출현해 중순에 번식하고 하순에는 생을 마감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흔했지만 도로 건설로 주요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지금은 강원 정선과 경북 의성, 한탄강 등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주로 기린초를 먹이로 삼는다.
이 소식을 접한 대구지방환경청과 국립생태원은 27일 현장 조사에 나섰다. 환경청 관계자는 "나비 활동이 거의 끝난 시기라 한 개체만 확인했지만 기린초 군락지가 잘 형성돼 있어 오래전부터 서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며 "당장 복원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라 내년부터 서식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보전 조치가 필요할 경우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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