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생물들이 자꾸만 죽어갑니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을까요. 이들이 사라진 바다 생태계는 괜찮을까요. 과연 이들의 죽음을 멈출 수 있을까요. 전 세계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양 생물 집단 폐사 사건과 이를 둘러싼 문제들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최근 인도 해변에 멸종위기 바다거북들의 사체가 떠밀려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발견된 사체는 올해 들어서만 400마리 이상. 한 해 동안 100~200마리가 발견됐던 평년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매년 바다거북들이 폐사체로 해안가에 떠내려오는 이유는 저인망 어업으로 추정된다. 당국이 2016년부터 해당 지역에서 저인망 사용을 제한했지만, 많은 어부가 어획량 감소를 우려하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간의 무분별한 어획 활동이 해양 생물들을 위협하고 있다. 해양 생물들이 멸종하고 최대 탄소 흡수원이자 저장소인 해양 생태계가 무너지면 기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될 수 있다.
저인망 어업은 최대 10km에 달하기도 할 만큼 크고 무거운 어망을 늘어뜨려 바다의 밑바닥을 긁어내는 어획 방식으로, 대량의 어획이 가능하지만 해양 생태계를 광범위하고 무차별하게 파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저인망 어업을 통해 잡히는 해산물은 전체 해산물의 25%를 차지할 만큼 전체 어업 중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저인망 어업이 이루어지고 난 뒤 바닷속이 마치 벌목을 한 뒤의 열대우림처럼 초토화된다는 것이다.
저인망은 보통 크기가 작게는 2km에서 크게는 10km에 이를 만큼 거대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육중한 그물이 바닥을 긁으면서 산호초, 미역과 같은 저서식물들이 파괴된다는 점이다.
해양 생물의 서식지이기도 한 저서 식물들은 육상의 나무와 같이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역할도 한다. 이들이 파괴되면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 자체가 사라질 뿐 아니라 저장하고 있던 탄소가 배출돼 산성화가 일어나고 해양 환경의 황폐화를 일으킨다.
씨를 말려버리는 수준의 어획량과 혼획도 문제다. 그물이 거대하기 때문에 치어와 멸종위기종 등 어종을 가리지 않고 잡힐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목표 어종이 아니어서 다시 바다로 버려지는 대부분의 개체들이 목숨을 잃는다.
매년 저인망 어업으로 파괴되고 있는 바다 면적은 1600만㎢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 사회는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어선과 그물의 크기, 형태, 조업 지역 등을 제한하고 특히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에서의 저인망 어업을 단계적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규제에 나섰지만, 전 세계 바다 곳곳에서는 여전히 저인망 어업이 합법적, 또는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바다는 유한한데...잡아도 너무 많이 잡는다
2020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 어류 자원 중 37% 이상이 필요 이상으로 남획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한 연구는 지금처럼 지속 불가능한 어획이 계속된다면 2048년에는 바다가 텅 비어 상업적인 어업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에는 전 세계 산호초 지대에 서식하는 상어·가오리의 3분의 2가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논문은 상어와 가오리 개체수 급감의 이유로 과잉 어업을 지목했다. 호주 제임스쿡대학교 콜린 심펜더퍼(Colin Simpfendorfer) 교수는 "이들의 멸종위기는 단지 몇몇 종에 그치지 않는 광범위한 멸종위기"라며 "어업을 규제하지 않으면 10년 내에 대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어와 가오리의 개체수 감소는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상어와 가오리가 사라지면 산호초에 닥칠 생태학적 결과는 다른 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 중 다수는 되돌리기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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