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오징어가 높은 수준의 자기 통제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나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과학자들은 오징어의 자기 통제 능력이 침팬지, 까마귀, 앵무새 등 동물들의 수준과 비슷하다고 인정했다.
어린이들에게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하며 아이들의 충동 조절 능력을 시험한 마시멜로 실험. 해외 과학자들이 오징어에게 바로 이 마시멜로 실험을 진행했다. 물론 마시멜로 대신 새우를 썼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해양생물학연구소(MBL) 연구진은 이른바 '마시멜로 실험'에서 마시멜로 대신 새우를 이용해 오징어가 더 맛있는 음식을 위해 눈앞의 간식을 포기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연구진은 두 개의 상자를 준비하고 즉시 열리는 상자에는 덜 맛있는 먹이를, 기다려야 열리는 상자에는 오징어가 좋아하는 새우를 준비했다.
오징어가 원리를 배우게 하기 위해 처음엔 2~3초 간 기다리게 했고, 이후 10초, 50초, 최대 130초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늘렸다. 오징어가 즉시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면 새우는 사라지도록 설정됐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에 참여한 오징어들은 모두 최소 50초 이상씩 기다리는 데 성공했고, 일부는 최대 2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또 오징어는 기다리는 동안 덜 맛있는 먹이를 먹는 대신, 기다림에 집중하거나 시선을 돌려 유혹을 참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연구진은 오징어의 학습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또 다른 실험도 진행했다.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의 모형을 두고 처음에는 하얀색을 건드리면 먹이를 주다가 중간에 규칙을 바꿔 검은색 모양을 건드리면 먹이를 준 것이다.
실험 결과 첫 번째 실험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린 오징어일수록 새로운 규칙을 빨리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영장류, 까마귀, 앵무새 등과 같이 음식을 저장하거나 사회적으로 협력하는 동물의 경우 환경적으로 보상을 기다리는 능력이 발달할 수 있지만, 오징어의 경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오징어의 충동 조절 능력이 침팬지, 까마귀, 앵무새와 같은 대뇌 척추 동물에게서 관찰되는 수준과 비슷하다"며, "(이같은 능력이) 위장술을 통해 자기를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고 더 좋은 먹이를 찾아 기다리는 생태적 환경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한편 오징어는 단순히 눈앞의 상황에만 반응하지 않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행동을 계획할 수 있는 복잡한 기억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오징어는 기억력이 좋고 나이가 들어도 기억력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데, 인간처럼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기억을 형성해 보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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