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우다영 기자] 제주 남방큰돌고래 등에 '법인격'이 부여되는 '생태법인' 제도가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주인공의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최근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으로부터 발의되면서 남방큰돌고래가 법적 권리를 가진 생명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남방큰돌고래는 단순히 보호받는 존재를 넘어, 대리인을 통해 권리를 주장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로 거듭난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 정착해 살아가는 고유종으로,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폐어구와 해양쓰레기, 서식지 파괴, 연안 오염, 관광선박의 과도한 접근 등이 주된 위협으로 꼽힌다. 현재 제주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120여 마리로 추정된다.
그동안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는 '해양보호생물 지정', '해양보호구역 지정' 등이 있었다.
그런데 법인격이 부여되는 건 어떤 의미일까?
"스스로 서식지와 생존권 지킬 수 있게 돼"
생태법인은 특정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돌고래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례로 남방큰돌고래 주요 위협 요인인 관광선박의 경우, 현재는 규제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생태법인이 적용되면 남방큰돌고래가 법적 주체로서 선박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서식지와 생존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국외 사례가 있다. 2014년 아르헨티나 법원은 동물원에 갇혀 있던 오랑우탄 '산드라'를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하며, 인간과 같은 기본적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 2017년 뉴질랜드에서는 왕거누이 강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강을 생명체로 간주하며, 대리인을 통해 권리를 보호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생태법인을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에 따르면 일부 어민들은 돌고래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면 자신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한치 감소 원인을 돌고래로 돌리는 시각도 존재한다.
조약골 대표는 "단순 돌고래만 중요하게 여기는 법안이 아니고,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계 중요성을 함께 이해하고 보존하기 위한 실질적인 법안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앞으로 중요한 숙제다"라고 말했다.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남방큰돌고래가 생태법인의 첫 사례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조 대표에 따르면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 정착해 살아가는 고유종으로 상징성이 높고, 개체를 식별할 수 있어 첫 사례로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위협이 심각해 보호 목소리가 높고, 대중적 관심도와 정책적 준비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지정 가능성이 높다.
조 대표는 "생태법인이 도입되면 돌고래뿐만 아니라 곶자왈, 오름, 지하수 등 제주도의 다른 환경 자산을 보호하는 데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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