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낚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해양생물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폐그물에 걸린 새끼 남방큰돌고래 소식을 지난 2일 전했다. 한 살 남짓한 새끼 돌고래는 약 1.5~2m 길이 폐그물에 꼬리가 걸린 채 발견됐다.

이 돌고래는 제주대학교 돌고래연구팀이 지난해 11월 하도리 해안에서 처음 발견했다.

제주대학교 돌고래연구팀 김병엽 교수는 "꼬리에 걸린 그물 두께가 가늘어 돌고래가 헤엄칠 때마다 살을 파고들 수 있다. 심하면 꼬리 부위가 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폐그물에 해조류가 붙으면 점차 무게가 무거워져 새끼 돌고래가 헤엄치기 힘들어진다"며 "폐그물이 암초에 걸리기라도 하면 돌고래가 움직이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오래'.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오래'.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등지느러미에 낚시줄이 걸려 있는 남방큰돌고래 '단이'.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등지느러미에 낚시줄이 걸려 있는 남방큰돌고래 '단이'.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남방큰돌고래가 낚시도구로 고통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는 남방큰돌고래 '오래'가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낚싯줄이나 폐그물로 인해 꼬리가 잘려 나간 것으로 추측했다.

꼬리지느러미는 돌고래의 유영과 사냥, 모든 움직임에 필수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래는 다행히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이외에도 꼬리에 낚싯줄이 걸린 '꽁이'와 등지느러미에 그물이 걸린 '단이'의 소식도 전해졌다.

핫핑크돌핀스 측은 "남방큰돌고래 서식처인 제주 연안 일대에서 무분별한 낚시가 이뤄지고 낚싯줄과 바늘이 바닷속에 마구 버려진다"며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해양쓰레기 수거를 통해 바다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바다거북. (사진 NOAA)/뉴스펭귄
바다거북. (사진 NOAA)/뉴스펭귄

제주 바다에 서식하는 바다거북 또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제주지역 환경단체 제주자연의벗은 지난해 11월 해양쓰레기로 다치거나 폐어구 등에 몸이 감겨 사체로 발견된 바다거북이 34마리(10월 기준)라고 밝혔다. 2022년 대비 3마리가 증가했다.

환경단체들은 바다거북이 환경지표종이자 멸종위기종인 만큼 바다거북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상조사는 육상 기인(육지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든 쓰레기)와 해상 기인(선박, 어업 등 인간 활동으로 해양에서 발생한 쓰레기)으로 구분해 진행됐다. (사진 환경재단)/뉴스펭귄
성상조사는 육상 기인(육지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든 쓰레기)와 해상 기인(선박, 어업 등 인간 활동으로 해양에서 발생한 쓰레기)으로 구분해 진행됐다. (사진 환경재단)/뉴스펭귄

그렇다면 우리나라 바다에는 얼마나 많은 낚시용품이 떠다닐까?

환경재단은 지난해 5~10월간 전국 각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 15톤을 분석한 결과 어구와 낚시용품이 각각 2660개, 2204개를 기록하며 3, 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육상 기인 쓰레기 중 스티로폼 음식용기나 담배꽁초와 맞먹는 수치다.  

환경재단 측은 "최근 낚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며 낚시찌, 낚싯대 등 해양쓰레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낚시용품은 바다 오염은 물론 해양생물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재단에 따르면 낚싯바늘과 폐그물 등으로 피해를 입은 생물은 500종에 이르며 그중 15%는 멸종위기종이다. 

낚시도구는 해양생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내륙에서도 낚시도구에 의한 야생동물 피해가 보고됐다. 지난달 <뉴스펭귄>은 '네가 왜 거기서 나와'…야생동물 몸 속 '폐낚시도구'를 통해 큰고니와 삵의 사체 속에서 낚시도구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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