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들이 기후가 따뜻해지면 진드기의 생존과 확산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돼 새로운 질병의 전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미국 과학자들이 기후가 따뜻해지면 진드기의 생존과 확산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돼 새로운 질병의 전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기후변화가 야생 생물들의 서식 환경을 바꾸면서 그들을 위협에 빠뜨리고 있는 가운데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진드기를 매개로 한 질병도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비해 과학적 연구와 국제적 협력이 결합된 포괄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후변화는 야생 생물들이 오랜 기간 적응하며 살아온 서식지 환경을 단기간에 바꿔놓으며 특히 멸종위기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먹이가 사라져 굶주리는 푸른발부비새, 이상기후 현상에 생존을 위협받는 염습지참새 모두 기후변화의 피해자들이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기후가 따뜻해지면 야생동물과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진드기의 생존과 확산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돼 새로운 질병의 전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진드기는 질병 매개체로서 라임병 같은 병원체를 옮기며 인간과 동물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 그러나 진드기는 기후 조건이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생존하기 어려워 진드기 관련 질병이 잘 전파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가 따뜻하게 변하면 진드기가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 생존하기 어려웠던 지역에서도 생존하고 퍼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서던미시시피대학의 샤히드 카림 박사는 “기후변화로 열대성 진드기가 이전에는 생존할 수 없던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 되면, 새로운 병원체를 유입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진드기는 철새를 숙주로 삼아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 연구진들은 현장 조사를 통해 일부 진드기가 최대 5000km까지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기생률은 낮았고, 대부분 철새가 예상보다 적은 수의 진드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변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모델을 바탕으로 철새의 이동 경로와 진드기의 분포와 확산을 예측했다. 조지아서던대학의 로렌자 베아티 박사는 “북쪽 지역의 기후가 진드기의 원래 서식지와 비슷해질 경우,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진드기가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면 기존의 병원체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병원체를 전파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진드기가 특히 프란시셀라와 리케차 같은 박테리아와 공생 관계를 맺으며 질병 전파 능력을 강화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진드기의 생태적 역할이 변하고 있으며, 이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필수적"이면서, "온도, 습도, 식생 변화 등 환경 조건을 고려해 진드기 침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식별하고, 사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아티 박사는 “기후모델을 활용해 위험 지역을 사전에 파악함으로써, 감시와 개입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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