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론자가 그린란드로 떠난 이유
[뉴스펭귄 손아영] 가까운 미래, 기후위기로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세상.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린란드로 떠나는 환경론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프레니’. 새를 연구하는 프레니는 지구상에 살아 있는 생명체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 북극제비갈매기의 여정을 따라가기로 결심하는데요. 이미 많은 것이 황폐해진 세상에서 그가 끝까지 여정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평생 달까지 3번 왕복하는 철새
프레니는 얼음이 덮인 바위 위에 새장을 설치하고, 운 좋게 북극제비갈매기 3마리의 다리에 위치 추적기를 다는 데 성공합니다. 그가 이토록 쫓고 싶어 하는 북극제비갈매기는 몸통이 흰색 깃털로 덮여 있으며 몸의 윗부분은 회색, 머리 뒷부분과 목 부분이 검은색으로 둘러져 있습니다. 부리와 발은 붉은 색을 띄며 겨울이 되면 머리의 왕관무늬가 더욱 하얗게 변하고 부리가 더욱 어두워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몸길이 35cm에 날개길이 80cm의 크기를 가진 이 작은 새는 1년에 무려 8만km 이상을 날아다닙니다. 북극에서 여름을 난 뒤 남극으로 이주했다가 1년 내 다시 북극으로 돌아오는데요. 30년 정도 산다고 봤을 때 평생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계산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세 번을 왕복하는 거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닷속 물고기가 사라졌다
이제 프레니는 자신을 남극으로 데려다줄 배를 찾아야 하는데요. 미신을 믿는 뱃사람들은 훈련도 안 된 낯선 사람을 배에 태우지 않았고, 결국 7명의 선장에게 모두 거절을 당합니다. 물고기가 거의 멸종돼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철새를 쫓기 위해 낯선 이를 배에 태운다는 것은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 2050년에는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캐나다 댈하우지대학 합동 연구팀이 12개 해안 지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50년간 생선과 조개류, 해양식물 등 29%의 식용 생물이 이미 준멸종 상태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같은 해양생물 종의 급속한 감소는 대부분 무분별한 남획과 해양자원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때문이었죠.
철새의 마지막 여정을 쫓는 이유
프레니는 북극제비갈매기를 쫓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멸종시켰다고 생각한 모든 생물이 있는 곳으로 가면 자신이 끊임없이 누군가의 곁을 떠나고, 정착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의 정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어쩌면 그가 철새의 마지막 여정을 쫓는 이유는, 기후위기로 안전하게 정착할 장소를 찾지 못하는 철새의 모습이 그와 닮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후위기로 철새들의 생체리듬이 바뀌면서 이주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으며, 최적의 번식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간에 너무 빠르게 도착하며 생존 위협을 받고 있죠. 이러한 경향은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에게 더욱 영향이 큰데, 이들의 이동 기간이 길어 번식의 최적기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쟁종이 이미 번식지에 도착해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높죠.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북극제비갈매기들이 그 먼 길을 날아 이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죠. 살아가기 적합한 번식지를 찾아 이동하고, 다시 또 이동합니다. 어쩌면 프레니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무작정 철새를 좇은 걸지도 모릅니다. 우리 삶의 단서는 생각보다 자연과 많은 부분 닮아있으니까요. 정착을 위한 이주, 이주를 위한 정착. 우리가 끊임없이 빛 한 줄기를 쫓아 살아가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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