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의 검은 그림자
[뉴스펭귄 손아영] 지금의 MZ세대는 조부모 세대와 비교했을 때 2배 정도의 물질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그들에게 취업, 결혼, 내 집 마련은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최소 70세는 돼야 은퇴할 수 있죠. 그들이 살아갈 공간 또한 여의치 않습니다. 지난 30년간 해수면은 10cm가량 상승했고, 매년 가뭄과 산불로 수백만 헥타르의 땅이 잿더미가 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소비지상주의, 과연 언제까지나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어 줄까요?
GDP와 성장 중독
‘국내총생산’을 의미하는 GDP(Gross Domestic Product)가 20세기의 중대한 평가 기준이 되며 국가의 건전성을 대표하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사실 GDP는 단순히 한 국가가 특정한 해에 생산한 모든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는 이 수치로는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경제학자와 정치인이 인류가 지구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경제를 계속 성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성장이 곧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제번스의 역설은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높일 돌파구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점이 상쇄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이를 대변합니다. 현재 자원 사용의 효율성이 과거에 비해 놀랍도록 높아졌지만, 유엔 보고에 따르면 기온 상승을 2℃ 아래로 유지하기 위한 양보다 50% 많은 화석연료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끝없는 성장 중독에 대한 대안으로 탈성장이 논의되는 이유죠.
우리가 돈을 좇는 이유
자유시장이 주는 도취감이 절정에 이른 1980년대, 원한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두 개념은 동일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탐욕을 좋은 것으로, 욕망과 행복을 하나로 생각했죠. 하지만 신경과학자 켄트 베리지가 횐 쥐 30마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 모두의 예상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베리지 연구팀은 쥐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손상시킨 뒤 그들이 생활하는 상자 안에 산더미 같은 음식과 넉넉한 물을 넣어줬습니다.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에 그들은 먹거나 마시지 않았죠. 결국 쥐들은 굶어 죽기 시작했고, 그는 쥐를 살리기 위해 목구멍으로 연유를 넣어줍니다. 그때 베리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는데요. 그가 연유를 먹이는 동안 쥐들이 자기 입을 핥기 시작한 것입니다. 분명하게 음식을 즐기고 있었죠. 그럼에도 더 먹기 위해 음식으로 다가가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원함과 좋아함은 다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만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좇는 것이 행복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GDP로 한 나라의 건전함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생각과 같죠.
행복은 결과가 아닌 과정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좇아야 하는 행복은 무엇일까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사례를 통해 약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높은 보수와 명예를 쥘 수 있는 마케도니아 궁정에서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부와 명예만큼 음모와 권력 다툼이 가득한 궁정에서의 삶이 결코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라는 새로운 삶의 목적을 제안합니다. 이 표현은 대게 명사 ‘행복’으로 쉽게 번역되는데, 일부 학자들은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삶의 방식이자 실행하기로 결심한 행동을 의미하는 ‘동사’의 의미를 지녔다고 해석하는 동시에 각자의 도덕적 가능성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봅니다.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영혼의 활동을 추구하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영혼의 활동은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무언가가 되어가는 상태이자 존재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여느 광고에서 강조하듯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닌, 본질적인 무언가를 실현하거나 달성하고 성취하는 과정을 의미하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에우다이모니아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에우다이모니아는 결코 ‘돈’과 같은 결과물은 아닐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 지금의 나를 희생하고, 우리의 지구를 파괴한다면 말이죠. 조금의 즐거움도 느낄 수 없는 노동을 하며 퇴근 시간만을 바라는 우리에게 경제 성장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참된 에우다이모니아는 무엇일지 많은 고민이 드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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