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기후'변화’가 기후'위기’가 된 이유

  • 손아영
  • 2023.05.22 09:31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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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이전에 기후변화가 있었다


[뉴스펭귄 손아영] 오늘날 기후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탓에 기후변화는 ‘기후위기’가 되었습니다. 국민 생선이던 동해안의 명태가 자취를 감췄고, 남해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아열대성 물고기가 잡히고 있죠. 하지만 늘 기후가 우리에게 위기만을 가져다준 것은 아닙니다. 변화하는 기후 덕분에 인류의 문명이 시작됐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권이 형성됐습니다. 우리가 밥을 먹고, 서양인이 빵을 먹는 이유도 바로 이 ‘기후’ 때문이죠. 기후가 만든 인류의 역사, 함께 살펴볼까요?

 


빙하기의 끝과 농경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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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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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는 무려 19만 년 동안 식량을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농업, 목축 등으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후, 토질, 하천 등의 지리적 조건이 먼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죠. 춥고 건조한 빙하기는 지금보다 기온이 낮았고, 삼림 대신 초원이 펼쳐진 곳이 많았습니다. 작물로 개량할 만한 야생식물도 찾기 어려웠죠. 그러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며 기후가 온난해졌고 지구의 생태도 바뀌었습니다. 빙하와 툰드라로 덮여 있던 땅은 삼림이 우거진 땅으로 변했고, 초원 지대 역시 삼림과 습지가 펼쳐지고 강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식물의 종이 다양해지며 작물로 삼을 만한 식물이 등장했고, 인류는 그 줄기나 잎사귀, 열매, 씨앗 등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곧 식량 확보를 위한 식물 재배로 이어지며 농경이 시작되었죠.

 


밀과 포도의 명산지가 된 중앙아시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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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의 발전은 자연스레 가축의 사육으로 이어졌습니다. 식생이 발달하면서 동물들의 먹이를 수급하는 일이 수월해졌기 때문이죠. 말, 소, 돼지, 양 등 대형 포유류의 사육은 인류에게 곡식이나 채소와는 질이 다른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높은 열량을 제공했습니다. 게다가 말이나 소, 당나귀 같은 가축은 몸집이 크고 힘이 세 농경을 위한 노동력으로 이용할 수도 있었죠. 이러한 식량 생산의 발전은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고대 문명이 꽃피는 데 크게 기여한 ‘밀’은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전파되면서 유라시아의 광대한 지역을 밀 문화권으로 만들었고,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포도 역시 재배하는 데 적합한 기후와 환경을 지닌 캅카스와 지중해 일대로 퍼져나가며 포도의 대표적인 명산지로 거듭났죠.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만든 인류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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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 기후이지만, 반대로 우리는 기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산업화 이후 인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구상의 빙하는 계속 줄어들고 해수면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투발루, 몰디브, 키리바시 등 규모가 작은 섬나라는 침수 위기에 처했고,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홍수가 잦아지며 침수될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의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는 지구 평균치보다도 10퍼센트 이상 높아 이미 심각한 해안침식으로 해수욕장이 사라지거나 해안에 건설한 도로와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일까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현 한국환경연구원)은 지구가열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2100년이면 한반도의 4퍼센트가량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죠.

 


위기는 언제나 기회가 될 수 있다


빙하기가 끝나며 인류 문명의 새싹이 피어났지만, 이를 처음 마주했던 인간은 이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전과 너무도 달라진 환경에 당황스럽기도, 막막하기도 했겠죠. 그럼에도 서서히 경험을 쌓아나가며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꿨습니다. 따뜻해진 기후에 맞게 식물을 재배하며 농경과 가축을 시작한 것이죠. 물론 지금의 기후위기는 이전보다 더욱 크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우리에겐 변화를 기회로 바꿀 힘이 있습니다. 우리도 기후에 ‘위기’라는 딱지를 떼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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