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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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오르면 먼저 끓는 건 온도계만이 아니다. 뜨거워진 지구가 이제는 우리의 식탁까지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본격적인 생활비 폭탄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상고온과 폭우가 번갈아 닥치면서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의 가격이 줄줄이 뛰었다. 특히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은 한 통에 3만 원을 넘기며 평년보다 30%가량 오른 ‘금수박’이 됐다. 폭우에 수박이 썩었지만 이어진 폭염에 수요는 몰렸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는 단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로 곡물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 오를 때마다 전 세계인 1인당 하루 섭취 열량에서 쌀밥 반 공기 분량의 칼로리가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말은 곧 사라지는 식량만큼 가격이 오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후변화 고배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앞으로 75년 내 일부 지역에서는 작물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식량 문제는 곧 물가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도 예외 아냐...“기온 1도 오르면 물가도 오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와 물가 상승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금융감독원·기상청이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온도상승과 폭염·폭우 같은 이상기후는 농업과 식품 제조업, 음식점업 등 다양한 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기온이 일시적으로 1℃ 오르면, 농산물 가격은 최대 0.5%p까지 오르고, 전체 소비자물가도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영향이 1년 지속되면, 농산물 가격은 2%, 전체 물가는 0.7% 상승할 수 있다.

과일, 채소 등 민감한 농산물은 기온상승은 물론 기온 하강에도 요동친다. 여름 폭염은 물론 겨울 한파도 가격 폭등의 원인인 셈이다.

문제는 단지 가격만이 아니다. 최근 7월 중순부터 이어진 폭우와 폭염은 실제 농작물 피해로 이어졌다. 밭이 물에 잠기고 작물이 썩으면서 출하량이 급감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

수박, 배추, 무, 오이, 고추 등 여름철 밥상 단골손님들이 줄줄이 값이 오르고 있다. 특히 수박은 출하량이 줄었지만 수요는 높아지며 가격이 치솟았다. 문제는 이처럼 오른 가격이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결국 제값 받고 팔지 못한 농민까지 피해를 본다는 데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43)는 “그 전까지 냉장고에서 수박이 떨어지면  바로바로 사다 먹곤 했는데 폭우가 내린 이후로 갑자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지갑 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후변화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식량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행 보고서에서 연구진들은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 정부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작물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중앙은행은 물가 불안을 막기 위한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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