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발생을 줄이면서 품질과 생산성은 갖춘 저탄소 벼 품종 ‘감탄’. (사진 농촌진흥청)/뉴스펭귄
메탄 발생을 줄이면서 품질과 생산성은 갖춘 저탄소 벼 품종 ‘감탄’. (사진 농촌진흥청)/뉴스펭귄

전례 없는 이상기후 앞에서 농업 부문도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감축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특정 유전자를 활용해 전통 육종으로 개발한 메탄가스 저감 벼 품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농수축산 부문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7.1%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저탄소 농업기술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이는 것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벼 재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30%가 발생한다.

정부는 ‘그린라이스(Green Rice)’ 사업을 추진하며 화학비료를 적게 사용하고 메탄가스가 적게 발생하는 기후변화 대응형 벼 품종 개발에 돌입했다. 

벼농사는 일반적으로 논에 물을 깊이 대 담수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러한 환경은 토양 내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 조건을 만든다. 이 조건에서 벼 뿌리에서 분비되는 물질인 메타노젠을 메탄 생성균이 이용해 메탄가스를 발생시키고, 벼 줄기를 통해 약 90%가 방출된다. 논에서 이뤄지는 벼 재배가 농업 분야에서 메탄가스 배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논물관리, 규산질 비료 사용, 볏짚관리, 경운관리와 함께 품종 육성이 있다. 탄소 저감형 벼 품종을 개발하는 것으로, 탄소가 빠져나갈 줄기 수를 줄이고 뿌리 대신 양분이 공급될 낱알 수를 늘리는 것이다. 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학비료 사용과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종으로 개발하는 방향도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메탄 발생을 줄이면서 품질과 생산성은 갖춘 저탄소 벼 품종 ‘감탄’을 개발했다. 감탄은 그린라이스 사업의 첫 성과물로, 유전자 조작 등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자연적으로 벼에서 발생한 ‘지에스쓰리(gs3)’ 유전자를 전통 육종 방법으로 도입해 개발한 품종이다. gs3 유전자가 뿌리에서 메탄 생성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물질을 덜 분비하도록 작동해 메탄 발생을 줄이고 쌀알은 굵어지게 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감탄은 기존 벼보다 메탄 배출이 약 16% 적다. 여기에 화학비료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게 되면 메탄 배출량은 24%까지 감소한다. 보통 비료를 50% 줄이면 수확량이 15~20% 감소하지만, 감탄은 약 7%만 줄어 생산성 손실이 현저히 적다. 추가 장비나 관리가 필요 없고 단순히 품종만 교체하면 돼 현장 적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밥맛이 우수하고 병에도 강해 친환경 농업에 적합하다는 것이 농촌진흥청의 설명이다.

올해부터 2년간 전북 부안, 충북 청주, 경북 예천에서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이후 친환경 단지를 중심으로 종자를 우선 보급할 예정이다. 저탄소 인증과 고품질 상표 쌀 전략과 연계해 시장 확대 및 농가 소득향상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밭작물개발부 정병우 부장은 “감탄은 세계 최초로 특정 유전자를 활용해 전통 육종으로 개발된 메탄 저감 벼”라며 “앞으로도 탄소중립과 식량안보, 환경 보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벼 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연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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