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폭넓고 또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준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재난에 일상이 달라진 아이는 평생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달라진 날씨가 농작물 작황 등에 영향을 미쳐 물가를 널뛰게 하는 부분 말고도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두루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다.
호주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아동·청소년이 겪는 피해가 2060년까지 3천억 호주달러(약 276조원)를 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연재해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사례 등이 늘면서 평생 소득 감소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취지다.
연합뉴스가 12일 가디언 호주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딜로이트가 유니세프 호주 지부 의뢰로 조사한 결과 올해 기준 기후재난 영향에 따른 호주 아동·청소년 피해 규모는 연간 63억 호주달러(약 5조 8천억원)로 추산됐다. 매년 호주 아동·청소년의 약 6분의 1인 가량이 기후재난을 경험하는데 따른 결과다.
여러 가지 원인이 지적됐는데, 가장 큰 비용은 재난으로 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청소년의 평생 소득 감소다. 보고서는 기후 재난으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 가능성이 4.2% 하락해 졸업하지 못한 학생 1명당 평생 100만 호주달러(약 9억 2천만원) 이상의 소득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이와 더불어 기후 재난을 겪은 아동·청소년이 불안 등 심리적인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 등도 연간 6억6천200만 호주달러(약 6천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진단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주의 현재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그대로 지속되면 연간 관련 비용은 올해 63억 호주달러에서 2060년 104억 호주달러(약 9조 5600억원)로 65%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올해부터 2060년까지 호주 아동·청소년이 기후 재난으로 인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최대 3천5억 호주달러라는 논리다.
“기후위기 대응 더딜수록 비용 부담 높아질 것”
기후위기가 경제에 구체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나 주장은 과거부터 꾸준했다. 앞서 2021년 3월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연구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대부분은 기후변화(기후위기) 대응이 더딜수록 전 세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당시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여러 시나리오 중 최악의 상황에 따르면, 2075년 기후변화로 인해 연간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3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전 세계 GDP의 5%에 달하는 수준이다.
‘2050 거주불능 지구’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자신의 저서에서 “온난화가 1도 진행될 때마다 미국처럼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약 1퍼센트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온이 2도 높아지면 1.5배 높아졌을 때 보다 세계가 20조 달러만큼 가난해진다”는 논문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책에서 기온이 4도 늘어나는 상태에서 예상될 수 있는 전 세계 피해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600조 달러라고 주장했다.
“기온 잠깐 1℃ 올라도 소비자물가 0.07%p 높아져?
소비자들이 매일 직접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도 기후위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날씨 변수가 먹거리 공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솔로몬 샹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 오를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50조kcal에 해당하는 식량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2000년대 이후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이상기후 기여도가 커지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이상기후가 물가 상승에 약 10%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기상청과 공동으로 펴낸 '기후변화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온도상승과 폭염·폭우 같은 이상기후는 농업과 식품 제조업, 음식점업 등 다양한 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기온이 일시적으로 1℃ 오르면, 농산물 가격은 최대 0.5%p까지 오르고, 전체 소비자물가도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영향이 1년 지속되면, 농산물 가격은 2%, 전체 물가는 0.7% 상승할 수 있다.
당시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작물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중앙은행은 물가 불안을 막기 위한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여름 유럽에 폭염이 이어졌을때 현지 물가도 올랐다. 당시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폭염으로 유럽 식품 물가가 0.43~0.93%p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35년이 되면 기온 상승에 따른 기후플레이션으로 식품 물가가 최대 3.2%p 오르고, 전체 물가는 최대 1.2%p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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