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투티 (사진 뉴스펭귄 독자)/뉴스펭귄
후투티 (사진 뉴스펭귄 독자)/뉴스펭귄

매주 일요일 ‘식물의 육하원칙’이라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지구에 사는 식물의 40%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생물의 서식지이자 먹이 역할을 하는 식물의 멸종을 이야기하는 것이 동물에 관한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국내외 멸종위기 식물과 새롭게 발견한 식물 소식을 전하며 25종이 넘는 멸종위기종을 소개했다. 기사를 쓰면서 이전에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꽃의 이름을 알게 되고, 이름의 이유를 알게 되고, 그토록 작고 어여쁜 존재들이 왜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알게 된다. 마지막에는 독자들도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그 모든 걸 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알면 더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한번 알고 나면 알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좋지 않은 사실을 알 때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것을 알게 될 때도 이 진리는 발동한다.

나태주 시인은 시 「풀꽃2」에서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라고 썼는데, 꽃의 이름을 알고 색깔을 알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이웃도 친구도 연인도 더 많아지는 셈이다. 

꼭 꽃이나 나무가 아니더라도 ‘존재를 알게 되면’ 이런 애정은 곳곳에서 불쑥불쑥 생겨난다. 

한날은 동생이 산책길에 찍었다며 새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 새를 보자마자 후투티라는 것을 알아봤다. 마침맞게 사진을 받기 며칠 전 ‘텃새화 된 철새들’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처음 보는 새 이름이 특이하길래 찾아본 뒤였다. ‘후투투’ 하고 우는 소리에서 이름이 유래한, 참새보다 약간 큰 새다. 

후투티는 보통 4월경 봄에 한국을 찾아와 여름 동안 머물다 번식하고 10월경 가을이 되면 다시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는 여름철새다. 그러나 요즘은 지구가열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일부 개체가 사시사철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태변화로 이동할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토착화된 탓이다.

사진을 받은 것이 2월 중순 정도이니 아마 그 후투티는 한국 날씨에 적응해버린 상태였을 것이다. 기상청은 “텃새화된 철새가 많아진다는 것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천진하게 먹이를 찾아 총총총 걸어 다니는 위기라니 어색한 한편 애틋함도 느껴졌다.

아마도 그냥 새가 아니라 후투티라는 존재로 알고 난 뒤라 그럴 것이다. 존재를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름, 살아가는 생태, 처음에 발견되었을 때의 기쁨, 이후 닥친 고난, 그럼에도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그들 각자의 고군분투를 알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마음이 조금은 덜어진다.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진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생명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과 존재를 존중하는 마음이 정책과 행정 전반에 스며든다면,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삶과 생태도 함께 숨 쉴 수 있을 것이다. 존재를 알고 사랑하는 마음이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