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북대서양긴수염고래 두 마리가 바하마 해역에서 처음으로 목격됐다. 북대서양긴수염고래들은 어미와 새끼 관계가 아님에도 수 개월째 함께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놀라움을 안겼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바하마 비미니(Bimini) 인근에서 스쿠버 투어를 진행하던 선장 아이작 엘리스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마주했다. 늘 나타나던 돌고래가 아닌 두 마리의 거대한 북대서양긴수염고래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엘리스 선장은 곧바로 이들의 영상을 촬영해 바하마해양포유류연구소로 전달했다. 이는 곧 북대서양긴수염고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있는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New England Aquarium) 연구팀에 전달됐고, 개체 식별 작업 끝에 두 암컷 고래가 각각 ‘코알라’(Koala, 개체번호 3940)와 ‘컬류’(Curlew, 개체번호 4190)라는 것이 확인됐다.
엘리스 선장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숨이 멎는 듯한 순간이었다.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목격이 두 가지 방면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북대서양긴수염고래는 그동안 바하마에서 단 한 번도 공식 관측된 적이 없다. 바하마해양포유류연구소는 지난 30년간 26종의 해양포유류를 바하마 해역에서 확인했지만, 북대서양긴수염고래가 목격된 적은 없었다.
디안 클라리지(Diane Claridge) 연구소장은 “바하마 비미니 해역은 플로리다와 불과 80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고래 개체수가 급감한 탓에 전혀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이번 목격은 더없이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 연구 부서인 앤더슨캐벗해양생명센터(Anderson Cabot Center for Ocean Life)의 필립 해밀턴 박사는 이들의 이동을 기나긴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해밀턴 박사는 “보통 다른 개체들은 3월 말이면 먹이 활동을 위해 북동부 케이프코드(Cape Cod) 만 근처로 이동한다”며, “이들이 멕시코만을 지나 바하마까지 이동해 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코알라’와 ‘커류’가 수개월간 함께 이동 중이라는 사실도 눈길을 끌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두 마리는 각각 2009년과 2011년에 태어난 성체 암컷으로, 작년 11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앞바다에서 처음 함께 포착된 이후 플로리다 동부 연안과 멕시코만, 앨라배마 해역 등을 함께 거쳐온 흔적이 확인됐다.
해밀턴 박사는 “혈연 관계도 아닌 두 북대서양긴수염고래가 수개월간 함께 붙어 있는 일 역시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보통 어미와 새끼 사이를 제외하면 북대서양긴수염고래들이 며칠 이상 함께 붙어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모든 면에서 놀랍고 특별한 사례라며 이들이 왜 평소와 다른 항로를 택했는지, 그리고 왜 함께 이동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클라리지 연구소장은 “북대서양긴수염고래들의 바하마 방문은 반가웠지만, 이제 두 마리 모두 안전하게 북쪽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북대서양긴수염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 위급(CR) 단계로 지정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370마리 이하가 북대서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이후로 개체수의 4분의 1 이상이 줄었는데, 대부분은 선박 충돌과 어구 얽힘 등 사고로 사망했다. 최근에는 북대서양의 바닷물 온도가 전 세계 바다 평균치보다 약 4배 빠르게 오르면서, 먹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상 제공 Janelle Van Ruiten - Neal Watsons Bimini Scuba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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