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김영화 기자] 4만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온 새로운 나비 종이 발견됐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유전자 교류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나비다. 이들은 서식 범위가 좁고, 개체 수가 적으며, 유전적 다양성도 낮아 기후위기에 민감한 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캐나다 앨버타주 워터튼 호수 국립공원에서 '사타리움 큐리오솔루스(Satyrium curiosolus)'라는 나비가 발견됐다. 큐리오솔루스는 '이상하게 고립된'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새로 발견된 종으로 아직 한국 이름은 없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캐나다 워터튼 호수 국립공원에서 채집한 나비 표본을 분석한 결과, 큐리오솔루스는 유전적 다양성이 극히 낮고, 개체군 내부의 근친 교배 수준이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가장 가까운 근연종과는 약 40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 분포하며, 서식지 역시 해발 1280m의 고립된 산악 계곡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전적 고립과 지리적 단절을 근거로 이 나비가 4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 이후 외부와 유전자 교류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해온 것으로 판단했다.
이 나비의 서식지는 워터튼 호수 국립공원 내 '블레이키스턴 팬(Blakiston Fan)'이다. 여의도와 비슷한 면적의 이 지역은 산악 지형 덕분에 비교적 외부 변화로부터 보호돼 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충적지 덕분에 독립적인 진화가 가능했다.
큐리오솔루스는 기후위기에 매우 민감한 종으로 평가된다. 서식 범위가 좁고, 개체 수가 적으며, 유전적 다양성도 낮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캐나다 공원청 등과 협력해 장기 생태 관찰을 진행하며 보전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비단처럼 반짝이는 몸...크기는 호랑나비의 절반"
큐리오솔루스는 소형종이다. 날개 폭은 2.5~4cm로, 국내 호랑나비보다 두 배 이상 작다. 날개에는 은빛 광택이 감돌며 햇빛을 받으면 비단처럼 반짝인다. 한 누리꾼은 이를 두고 "자연 속 유령 같다"고 표현했다.
생태적 특성도 독특하다. 유충은 '라시우스 폰데로시에(Lasius ponderosae)'라는 특정 개미에게 당분을 제공하고, 개미는 유충을 포식자와 기생충으로부터 보호한다. 암컷은 개미굴 입구에 알을 낳는 번식 전략을 사용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나비는 캐나다 멸종위기종인 '사티리움 세미루나(Satyrium semiluna)'의 아종으로 분류돼 왔으나, 유전체 분석 결과 차이가 확인돼 신종으로 재분류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Zookeys에 발표됐다.
한편, 나비 진화사에서 4만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나비 전문가 김순환 봉무공원 주무관은 <뉴스펭귄>에 "나비의 원시종은 약 1억 5천만년에서 2억년 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4만년은 인간에게는 긴 시간이지만 나비의 진화사로 보면 짧은 순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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