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과거 야생에서 절멸했지만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다시 야생에 첫 걸음을 내딛은 괌물총새(Guam kingfishers). 태평양의 작은 섬 팔미라 환초(Palmyra Atoll)에 방사된 괌물총새들이 첫 알을 낳았다. 40년만에 첫 야생 번식이다.
원주민들에겐 ‘시헥(Sihek)’이라고 불려 온 괌물총새는 예쁜 털 빛깔과 크고 옆으로 납작한 부리가 특징이다. 괌 지역의 고유종이기도 한 괌물총새는 1940년대 괌에 침입종 뱀이 들어오며 개체수가 급감했다. 1988년 마지막 야생 개체가 목격된 뒤 자취를 감췄는데, 생물학자들이 야생에 살아남은 개체 29마리를 동물원으로 옮겨 인공 보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드디어 지난해 9월,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괌물총새 아홉 마리가 미국 환경 단체 더네이처컨서번시(TNC)가 관리하고 있 팔미라 환초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방사됐다. 야생 절멸 괌물총새 복원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었다.
방사된 새들은 곧장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먹이를 사냥하고 열대림을 누비기 시작했다. 이들 중 4쌍이 짝을 짓고 둥지를 지었다. 그리고 부활절이었던 지난 주말, 이들이 낳은 알이 발견됐다. 1980년대 괌에서 괌물총새가 사라진 이후, 40여년 만에 처음 확인된 야생 번식의 순간이었다.
프로젝트를 이끈 런던동물원(ZSL) 동물학연구소 존 유언(John Ewen) 교수는 “이번 부활절, 우리는 부활절 달걀 대신 더 귀하고 소중한 알을 찾았다”며 “수십 년에 걸친 보전 노력의 결실이자 모든 참여자들의 헌신이 만들어낸 쾌거”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런던동물원 조류 사육사 샬럿 제임스(Charlotte James)는 “작년 봄에 알 상태였던 이 새들을 직접 돌보다가 이제는 야생의 숲에서 둥지를 트는 모습을 보니 마치 자식이 자라는 걸 보는 듯 감격스럽다”며 “종 보전을 위한 여정에 참여할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전했다.
알을 낳은 괌물총새들은 모두 생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육추 경험이 없는 어린 새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번식이 성공적인 부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러한 시도가 반복되며 개체들이 점차 육추 능력을 익힐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올 여름에는 더 많은 어린 괌물총새가 팔미라 환초에 방사될 예정이다. 올해 10쌍의 번식쌍이 탄생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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