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김영화 기자] 땅에서 트러플을 파먹는 고릴라가 있다. '버섯을 채집하는 고릴라'가 신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콩고공화국에는 트러플을 파먹는 고릴라가 산다. 최근 일부 고릴라 집단이 트러플을 직접 채집해 먹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문가는 이 같은 행동이 집단 내 독특한 식문화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릴라, 침팬지, 원숭이 등 영장류는 흔히 바나나를 먹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인식은 만화나 광고 등 대중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릴라는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초식성 동물이며, 바나나보다는 덩굴열매나 잎 등을 주로 섭취한다. 나무위키 등에 따르면 버섯도 고릴라가 자주 먹는 먹이 중 하나다.
최근 누아발레 온도키 국립공원 연구진은 서부저지대고릴라의 배설물에서 트러플 성분을 확인했다. 이들이 먹은 트러플은 흔히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식용 트러플과 색과 모양이 비슷한 '사슴 트러플(deer truffle)'로, 유럽에서는 주로 사슴이나 노루가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국립공원 내 모든 고릴라가 트러플을 먹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부카(Buka)' 집단은 거의 매일 트러플을 채집한 반면, '로야 마카싸(Loya Makassa)' 집단은 전혀 먹지 않았다.
연구진은 4개 고릴라 집단을 약 10년간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트러플을 먹지 않던 암컷 고릴라 한 마리가 다른 집단으로 옮긴 뒤, 해당 집단의 행동을 따라 트러플을 먹기 시작한 사례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식습관이 학습을 통해 집단 내에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릴라 사회에서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소문이 날 수 있다. 최종욱 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 고릴라가 우연히 트러플을 맛보고 기호성이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를 다른 고릴라에게 전파하면서 독특한 식문화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문화적 전파(cultural transmission)'라 불리는 행동생태학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특정 행동이 한 동물의 창의적 시도에서 시작돼 집단 전체로 퍼지는 과정을 말한다.
최 센터장은 유사 사례로 원숭이의 행동을 들었다. 1950년대 일본의 한 원숭이가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자 주변 개체들이 이를 따라해 무리 전체로 확산됐다. 또한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서는 사바나에 사는 파타스원숭이들이 일부러 산불이 난 지역을 찾아가 불에 타 익은 씨앗을 먹는 행동이 관찰됐다. 모두 영장류의 문화적 전파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영장류(Primates) 특별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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