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특수 제작된 조끼를 입은 조그만 동물이 수많은 물건들 사이에서 야생동물의 냄새를 감지한다. 조끼에 연결된 줄을 당겨 경고음을 울린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는 야생동물 밀매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많은 멸종위기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 범죄 행위를 막기 위해 한창 훈련 받고 있는 중인 작지만 대견한 동물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가디언, CNN, 파이낸션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탄자니아에서는 아프리카거대주머니쥐(African giant pouched rat)들이 야생동물 밀수 단속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 중이다.
과학자들과 함께 주머니쥐들의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비영리 단체 아포포(APOPO)는 주머니쥐가 다양한 냄새를 감지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왔다. 이들은 과거 이미 지뢰, 결핵 병원균 탐지 훈련을 통해 쥐의 후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훈련받은 주머니쥐들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항구에서 이뤄진 두 차례 실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면서 창고와 터미널까지 활동 범위를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훈련 성과에 대한 연구 논문은 학술지 '프런티어즈 인 컨저베이션 사이언스'에도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훈련을 받고 있는 쥐들은 커스티, 마티, 애튼버러, 어윈, 베티, 테디, 아이보리, 에보니, 데스몬드, 소로, 포시 등 야생동물 밀매 반대 활동가들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이들은 천산갑 비늘과 아프리카 흑단을 시작으로 코뿔소 뿔, 코끼리 상아 등 특정 야생동물의 냄새를 인지하는 법을 배웠다. 야생동물의 냄새를 식별하고 그 앞에서 머무르면 먹이를 보상으로 받는 식이다.
밀수업자들은 흔히 전선, 커피 원두, 세제 등 강한 냄새가 나는 물건으로 야생동물의 냄새를 숨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연구진은 "훈련이 진행되면서 주머니쥐들은 야생동물 냄새에만 반응하고, 비표적 냄새는 무시하는 법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마지막 훈련에서 8마리의 쥐가 146가지 다른 물질들 속에서 4종의 야생동물 흔적을 성공적으로 찾아냈다고 밝혔다. 또한 쥐들은 각각 5개월과 8개월 동안 목표 냄새에 노출되지 않은 후에도 여전히 냄새를 완벽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훈련 받은 개의 후각 기억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쥐는 뛰어난 후각 능력을 가지고 있어 개와 비슷한 정도로 다양한 유기물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며, "몸집이 작은 소형 동물로서 밀폐된 컨테이너 내부나 좁은 공간을 쉽게 탐색할 수 있고, 효율성이 높아 기존 탐지 방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주머니쥐들이 국제 항구 등에서 탐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야생동물 밀매는 전 세계에서 매년 약 230억 달러가 거래될 만큼 규모가 큰 범죄로, 흔히 무기, 인신매매, 마약 밀매와 같은 범죄와 얽혀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야생동물 밀거래는 그 자체로 생물다양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이어져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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