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모피 농장의 친칠라. (사진 유럽 HSI)/뉴스펭귄
루마니아 모피 농장의 친칠라. (사진 유럽 HSI)/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루마니아가 2027년까지 모피 농장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이들은 세계에서 22번째로 모피 생산을 금지한 국가가 됐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유럽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유럽 HSI)에 따르면 루마니아 의회는 밍크와 친칠라 등 모피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통과시켰다.

루마니아 의원 232명 중 217명(93%)이 모피 생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며, 이 법은 2027년 1월 1일에 정식 발효한다.

지난 2022년 유럽 HSI이 루마니아 모피 농장들의 실태를 폭로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모피 생산을 반대하는 국민이 많아진 것이 배경이다. 당시 영상에는 반복적인 강제 임신을 겪는 암컷 친칠라, 창문이 없는 좁은 공간에 거꾸로 매달린 밍크의 모습이 담겼다.

유럽 HSI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민 67%가 모피 금지를 지지했고, 7만4000개가 넘는 청원서와 서명이 루마니아 의회에 제출됐다. 

루마니아 내 모피 농장은 2013년 150개 이상으로 조사됐으나 2022년 약 12개로 급격하게 감소하는 등 실제 루마니아 모피 산업이 쇠퇴하는 추세로 여겨진다.

이번 법안의 통과로 루마니아는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크로아티아, 체코, 네덜란드,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에 이어 세계에서 22번째로 모피 생산을 금지한 국가가 됐다.

그동안 모피 농장은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동물들을 사육해 동물학대 논란이 지속됐다. 이 잔혹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자 샤넬, 발렌티노, 프라다, 베르사체, 발렌티노, 구찌, 아르마니를 포함한 주요 패션 브랜드들이 모피 사용을 중단했다.

또 코로나19와 관련해 전염병 확산 우려도 커졌다. 2021년 기준 12개국 약 465개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발병이 확인됐다. 세계 1위 모피 생산국인 덴마크에서는 사육 중이던 밍크를 대량 살처분했고, 네덜란드는 한 모피 농장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산업 폐쇄 시기를 기존 2024년에서 2021년으로 앞당겼다.

한편 한국은 모피에 반대하는 세계적 물결에 뒤떨어져 있다. 매년 국제모피연맹이 주도하는 '서울국제모피박람회'가 열릴 정도다. 국내에는 모피 농장이 없지만 다량의 모피를 가공하는 공장이 있고, 모피 제품 수출입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모피 제조, 가공, 수입, 수출을 금지하는 법이나 체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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