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배진주 기자]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기후대응 댐’ 건설 계획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 14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토론회도 열렸다. 전문가들은 신규댐 건설과 기후위기 대응을 연결하는 논리는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석열정부 14개 신규댐 추진, 기후대응인가? 기후토건주의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배진주 기자)/뉴스펭귄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석열정부 14개 신규댐 추진, 기후대응인가? 기후토건주의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배진주 기자)/뉴스펭귄

참석자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기후위기를 완화한다는 두 관점 모두에 댐은 부적절한 대안이며, 생태계를 파괴해 생물다양성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이날 토론회는 환경운동연합 주관으로 열렸으며 댐 건설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이 주로 참석했다.

이현정 녹색정치LAB 그레 소장은 토론 발제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짚으면서 "댐이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없으며 오히려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발제자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은 적응과 완화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적응’은 기후 변화에 대처 및 적응하는 것, ‘완화’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걸 의미한다. 이현정 소장은 댐이 적응과 완화 모든 측면에 부적절하다고 짚었다.

그는 기후위기 적응에서 중요한 점으로 ‘회복탄력성’을 꼽았다. 앞으로의 기후는 변동의 폭이 크고 예측이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인체에서의 면역력과 유사한 개념이 회복탄력성이라 덧붙였다.

기후위기 적응의 키워드로 '회복탄력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생물다양성'이 이에 도움을 준다는 목소리다. (사진 환경운동연합 유튜브 캡처)/뉴스펭귄
기후위기 적응의 키워드로 '회복탄력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생물다양성'이 이에 도움을 준다는 목소리다. (사진 환경운동연합 유튜브 캡처)/뉴스펭귄

회복탄력성은 생물다양성으로 갖출 수 있다. 이현정 소장은 코로나19가 극심할 때 미국의 한 만화가가 그린 그림을 꺼내 보였다. 작게 표현된 도시엔 ‘손을 잘 씻자’라는 문구가 있다. 그 뒤로 파도가 점점 커지며 도시를 덮쳐온다. 작은 파도부터 코로나19, 경기 침체, 기후 위기... 마지막엔 커다란 파도로 생물다양성 붕괴다.

이 소장은 “파도는 도시를 덮쳐오는 문제의 원인”이라며 “코로나19, 경기 침체, 기후 위기의 원인이 생물다양성의 감소”라고 주장했다.

생물다양성 보전, 즉 건강한 생태계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까? 이현정 소장은 국립생태원의 자료를 통해 생태계의 역할을 설명했다. 식량, 담수, 원자재 등 피상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후 및 공기 질 조절, 탄소 고정 및 저장, 자연재해 완화 등도 생태계의 서비스에 속한다.

이현정 소장은 “생태계는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를 파괴하는 신규 댐 건설은 기후위기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현정 소장은 “생태계는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를 파괴하는 신규 댐 건설은 기후위기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이현정 소장은 “생태계는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를 파괴하는 신규 댐 건설은 기후위기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기후위기 완화, 즉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측면에서도 댐은 맞지 않다고 이어갔다. 그는 “댐으로 만들어진 인공 저수지는 여러 가지 주요 측면에서 자연 시스템과 구별돼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량의 육상 유기물이 범람하면 미생물 분해를 촉진해 지상 및 지하 바이오매스에 저장된 유기물이 이산화탄소, 메탄 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환경부 주장처럼 댐이 기후위기에 적절하다면 다른 나라도 댐을 건설하지 않을까? 이 소장은 “전세계적으로 있던 댐도 없애는 추세”라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은 2020~2022년 동안 665개, 2024년 2월 기준 미국은 2094개의 댐을 철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국가가 내놓은 사업이 무조건 타당한 것은 아니라며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댐이 홍수를 막아주는 게 아니라 물폭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산업 시대의 국책 사업이 우리를 더 잘 살게 만든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가가 하는 일은 옳은 일일 거라는 일종의 환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댐을 만들면 홍수를, 어떤 비가 오든 간에 막아줄 거란 환상이 드는데, 오히려 물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

뉴스펭귄은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을 둘러싼 찬반 논란과 현지 반응 등을 꾸준히 후속 취재해 보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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