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시멘트는 가고 '흙'의 시대가 온다

  • 박연정 기자
  • 2024.02.24 00:00
(그래픽 본사DB,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우리는 모두 흙에서 태어났다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생명체는 흙에서 생명을 영위해요. 육상생물은 흙 속의 물에서, 수중생물은 흙 위의 물에서 살아가죠. 흙은 생명과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장이에요.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이 동서양 철학과 종교를 막론하고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옛날엔 흙에서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흙에 순응하는 시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연과 인간을 별개로 분리하는 단절적이고 파괴적 건축을 자행하는 시대예요. 무분별한 난개발의 욕심을 줄여 생태적으로 공존해야 하는 시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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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건축의 현실적 대안 '흙'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세'라고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어요. CBAM은 탄소 집약도가 높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수소 등 EU로 수출되는 6개 품목에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예요.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은 탄소감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해요. 건축 현장에선 2050년까지 그 사용량을 철근 90%, 알루미늄 85%, 시멘트 80%까지 감축해야 해요. 그렇다면 앞으로 건축은 무엇으로, 어떻게 지어야 할까요? 저자 황혜주 교수는 '흙건축'을 제안하고 있어요. 흙건축은 흙의 건축이라는 뜻으로, 흙의 의의를 생각하고 흙(생명의 터전)을 늘리는 건축을 의미해요. 

 

 

흙건축의 비밀, '최밀 충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황혜주 교수는 목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흙건축 자격증 1호를 받은 국내 대표 흙건축 전문가예요. 저자는 잦은 균열, 약한 강도 등 흙의 단점을 '최밀 충전'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언급해요. 흙은 자갈, 모래, 실트, 점토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흙 요소 사이 공극(빈 공간)에 물, 석회, 유기물 등의 결합재를 섞고 압축하면 강도, 단열, 중량이 최상인 건축용 흙을 얻을 수 있어요. 

책에선 연경도, 강성, 가소성, 응집성 등으로 흙의 물리적 성질을 구분해 최밀 충전된 흙의 생산 조건을 소개하고 있어요. 또 흙의 입도 분포 곡선, 물과 섞었을 때 나타나는 점토 반응, 석회 반응 등 흙을 고강도로 만드는 이론도 소개하고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시멘트 콘크리트보다 월등한 흙결합재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해요.

 

 

독보적인 우리 기술, 조선 콘크리트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앞서 언급한 흙결합재는 '조선 콘크리트'라고 불려요. 조선시대 왕릉에서 발견된 흙, 석회 등을 섞어 만든 단단한 '삼화토'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우리나라 흙은 실트처럼 가는 모래 성분이 많아요. 실트는 입자가 작고 비표면적이 커서 많은 물을 함유해요. 그래서 실트는 점토와 달리 반응에 참여하지 못하고 함유한 물을 그대로 증발시켜서 균열이나 강도에 악영향을 미치죠. 

우리나라 흙은 다른나라와 달리 균열이 잦은 편이에요. 이러한 균열을 극복하기 위해 최밀 충전 기술을 개발했고, 이는 세계 건축계가 주목하는 가장 독보적인 기술이 됐답니다.

 

 

지구를 살릴 생태문명


흙미장 실습 모습. (사진 한국흙건축학교)/뉴스펭귄
흙미장 실습 모습. (사진 한국흙건축학교)/뉴스펭귄

아파트 등 산업문명 시기에 지어진 건축물로 기후와 생태계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연간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이 1톤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한 사람이 소나무 200그루를 매년 심고 가꿔야 할 양이에요.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 시스템이 요구했던 아파트 문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지구의 다양한 생명체들과 함께 하는 '생태문명'이 해답이 될 수 있어요. 흙건축에서 생태문명의 답을 함께 찾아봐요!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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