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인간의 사냥은 누군가에겐 이별이다

  • 손아영
  • 2023.10.23 09:51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혹등고래의 슬픈 노래


[뉴스펭귄 손아영] 2020년 광화문 교보생명 글판에 걸렸던 “고래사냥” 그림을 기억하시나요? 멸종위기종인 혹등고래를 포획하는 장면이 포함돼 논란이 됐었죠. 혹등고래는 머리에 긴 가슴지느러미와 결절을 지닌 독특한 체형과, 수면 위로 떠오르는 특유의 표면 동작으로 유명합니다. 동시에 상업적 고래잡이의 대상으로도 유명하죠. 그림책 ≪엄마의 노래≫는 이런 혹등고래의 현실을 아름답고도 잔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기 혹등고래의 탄생부터 이별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래요?

 

 

인간의 사냥은 누군가에겐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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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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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노래≫는 아기 혹등고래가 엄마 고래의 배 속에 있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엄마 고래가 불러주는 노랫소리는 아기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주죠. 아기와 엄마 고래는 바닷속의 다양한 생물들을 만나며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여느 때처럼 엄마 친구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평화롭고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아기 고래에게 갑작스러운 비극이 찾아옵니다.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포경선이 나타난 것이죠. 엄마는 아기 고래를 보호하려다 그만 작살에 맞고 맙니다. 엄마는 피를 흘리며 가라앉는 와중에도 아기 고래를 꼭 안은 채 노래를 불러줍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한 아기 고래는 엄마가 더 큰 바다를 향한 세계 여행을 떠났다고 믿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합니다. 과연 아기 고래는 여행의 끝에서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불법 고래사냥이 계속되는 이유


(사진 pixabay)/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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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등장하는 포경선은 일본의 실제 고래잡이배인 ‘유신마루’를 그대로 따온 것인데요. 일본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와 함께 세계 3대 상업적 포경 국가에 속합니다. 냉동 고기, 회, 통조림, 스테이크, 튀김 등 온갖 종류의 고래고기를 자판기에서 판매할 정도로 고래고기를 먹는 일이 자연스러운 국가입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에서 포경이 자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래고기를 먹는 ‘전통’입니다. 일본 상업 포경의 역사는 무려 400년이 넘습니다. 덕분에 수요가 줄어도 고래고기를 먹는 것이 전통문화로 받아들여지죠. 한편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보수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포경 항구의 포경이 계속 이뤄져야 경제가 돌아가며 선거에서 표를 얻기 쉽다는 것입니다. 

 

 

포획 벌금, 내는 게 이득인 한국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그렇다면 1986년부터 상업적 포경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혹등고래는 안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 어업 활동 중 우연히 걸려 포획된 혼획 고래의 위탁판매는 여전히 허용되고 있습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혼획된 고래는 1408마리에 이릅니다. 그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혼획된 고래가 정말 우연히 그물에 걸린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죠.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의도적으로 그물을 쳐 고래를 잡는 일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물에 의해 질식한 고래는 외관상 고의 포획의 증거를 찾을 수 없어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한편 환경단체들은 낮은 수위의 처벌 또한 불법 포경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주로 식용으로 쓰이는 밍크고래 사체의 유통 판매 가격이 평균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를 오가는데, 불법 포경 적발 시 내려지는 벌금은 몇백만 원 수준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혹등고래의 슬픈 노래를 멈추려면


누군가 고래를 잡아 큰 돈을 벌고, 또 누군가는 자판기에서 고래고기를 뽑아 먹을 때 아기 혹등고래는 엄마를 잃고 슬픈 노래를 부릅니다. 맛있는 한 끼를 즐기는 일상, 특별한 한 끼를 누리는 보상이 바닷속 해양생물의 삶 전체를 빼앗아 갈 수 있는 것이죠. 전 세계 바다의 2%만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된 지금, 그들이 누리지 못하는 98%의 일상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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