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닭고기보다 비싼 이유
[뉴스펭귄 손아영] 새해를 맞아 살을 빼기 위해 식단 조절중인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대부분의 다이어트 식단에는 샐러드와 칼로리 낮은 과일 등이 속하죠. 먹고 나면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고, 과도한 육식 대신 적당한 채식으로 환경을 위하는 것 같아 기분마저 가벼워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토마토가 닭고기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식탁에서도 예외는 없죠. 어떤 사례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믿었던 토마토의 배신
토마토는 그냥 먹어도, 삶거나 구워 먹어도, 잘게 썰어 샐러드로 해 먹어도 맛있는, 세계 어디서나 사랑받는 식품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토마토 하나에는 성인 하루 권장량의 3분의 2에 달하는 비타민이 함유돼 있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죠. 하지만 최근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을 개선하며 에너지 투입량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비닐하우스와 온실 재배를 택하고 있는데요. 이는 자연스레 화석연료와 전기에 의존하게끔 만듭니다. 구조물 안의 기구에는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며, 고품질의 토마토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난방 비용이 듭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비닐하우스 생산 단지인 스페인 알메리아 남단 지역의 비닐하우스는 생산량의 80%를 유럽 국가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토마토가 스칸디나비아의 슈퍼마켓에 닿기까지 1kg당 650㎖ 디젤유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투입됩니다. 토마토 하나당 다섯 스푼의 디젤유가 사용되는 셈이죠.
새우는 환경에 안녕하새우?
해산물을 포획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물론 멸치, 정어리, 고등어와 같이 수면 가까이에서 풍부하게 살아가는 ‘표영성 어류’를 포획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또 양식한 초식어류의 경우 식물에 기반한 사료를 먹어도 잘 크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이 낮아 대체로 킬로그램당 디젤유 300㎖를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는 해양 종은 대부분 많은 양의 에너지가 사용되는 종입니다. 고급 요리로 꼽히는 랍스터의 경우 킬로그램당 10L의 디젤유가 사용됩니다. 가득 채운 와인병 13개에 달하는 양이죠. 남녀노소 좋아하는 야생 새우는 두 마리에 0.5~1L가 필요합니다. 세계적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스시에 사용되는 연어나 참치의 경우 육식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단백질이 풍부한 어류나 청어, 고등어 같은 야생 어류에서 짜낸 어류를 먹어야 합니다.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 비용이 드는 것이죠.
우리는 매일을 먹기에
앞선 사례들을 보면 식량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은 어마어마해 보입니다. 하지만 운송 과정을 포함한 현대 농법 및 어업과 양식에 인위적으로 투입된 에너지의 양을 모두 합하면 연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약 4%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식량 가공과 판매, 포장과 운송, 도매와 소매 서비스, 가정에서의 식품 저장과 조리 준비,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제공하는 음식에 드는 에너지를 모두 더하면 미국 기준 국내 에너지 총공급의 20%에 가깝습니다. 이 같은 에너지 수요를 증가시킨 원인으로는 운송 수요의 증가, 수입 식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 잦은 외식, 간편식과 즉석식품 섭취의 증가 등 매우 다양합니다. 오늘날 식량 생산 관례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에너지를 들여 에너지를 버리는 세상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들인 식량이 모두 식탁에 올라오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식탁에 올라오지 못한 채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은 연간 10톤에 이릅니다.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마트에 놓인, 당장 내일이면 버려질 산더미 마냥 쌓여있는 고깃덩어리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드는 때입니다.
*해당 콘텐츠는 출판사 '김영사'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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