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동물과 인간의 단 한가지 차이점

  • 손아영
  • 2023.02.15 18:05
(그래픽 손아영)/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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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인간처럼 ‘낭만적 사랑’에 빠진다


[뉴스펭귄 손아영] 어제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발렌타인데이(2월 14일)였죠. 좋아하는 이에게만 한정적으로 의미 있는 선물을 주는 행위, 인간만이 가진 특성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동물이 무분별한 욕정 때문에 닥치는 대로 짝짓기할 것이라는 것은 인간의 착각입니다. 실제 오랑우탄을 포함해 야생에서 자연 상태로 살아가는 동물의 사회에서는 특정한 개체만을 짝짓기 상대로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예로, 정자새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나뭇가지나 짚을 모아 정자를 짓고 그 안을 꽃으로 단장합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시든 꽃을 버리고 싱싱한 꽃으로 바꿔 꽂죠. 인간 같은 동물의 이야기, 몇 가지 더 살펴볼까요?

 


동물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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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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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은 인간이 얼굴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듯 동물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학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인간의 표정은 인간만의 고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데, 인간보다 하등한 존재의 표정을 같은 격으로 놓는다는 것이 모욕적으로 들렸기 때문이죠. 그러나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그에 따라 행동을 달리합니다. 보노보와 침팬지는 동료에게 경고할 때 눈살을 찌푸리고 양미간을 좁혀 노려보며, 또 말, 당나귀, 얼룩말 등은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눌 때 입꼬리를 뒤로 젖힙니다. 평소 무표정해 보이는 설치류 또한 괴로움을 표현할 때는 양미간을 좁히고 귀를 낮춘 뒤 뺨을 부풀립니다. 심지어 대뇌피질이 없어 통증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은 물고기조차도 우울증을 느낍니다. 한 실험에서 ‘제브라피시’라는 물고기에게 몇 주일 동안 에탄올을 실컷 즐기게 한 뒤 공급을 끊자 금단 증세가 나타났는데, 우울증에 빠진 사람처럼 수동적이고 내향적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항우울제를 투여하자 활력을 되찾았죠.

 


동물도 불공평한 대우에 분노한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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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은 인간의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것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동물의 세계에서는 어떨까요? 동물 또한 남과 자신을 비교할 줄 알며, 이는 시샘 혹은 정의감으로 연결됩니다. 한 실험에서는 두 원숭이를 철망으로 분리된 실험실에 나란히 앉힌 뒤 작은 돌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그 돌을 인간에게 돌려주면 오이 조각을 주었죠. 이를 몇 차례 반복한 뒤 한 원숭이에게는 오이를, 남은 원숭이에게는 포도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오이를 받은 원숭이가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더 이상 돌을 돌려주지 않았을뿐더러 조약돌과 오이 조각을 실험실 밖으로 내던지기까지 했죠. 강아지 두 마리를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이 손을 내밀었을 때 강아지들이 앞발을 내밀면 보상을 주는 방식이었죠. 그러다 한 강아지에게는 빵을 주고, 남은 강아지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자 빵을 받지 못한 강아지는 사람이 손을 내밀어도 더 이상 앞발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결국 동물도 인간처럼 남들과 같은 일을 하고도 더 적은 대가를 받으면 공정치 못하다는 생각에 화를 낸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러나,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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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사례에서 보았듯 동물도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갈등과 공존의 방식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인간과 동물 모두 본인의 이득과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우지만, 인간이 손에 쥔 무기는 다릅니다. 물리적 싸움이 벌어졌을 때 다른 영장류에게는 대개 이빨이 가장 중요한 무기지만, 인간에게는 손이 가장 중요한 무기입니다. 인간은 손에 창, 활, 나아가 총을 쥐고 살상하죠. 때문에 살상의 범위가 훨씬 더 넓어져 대량 학살이 가능해집니다. 수백만년 전부터 약 1만년 전까지 이 지구에는 최소 6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딱 한 종만 살아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인간의 조상이 자원을 둘러싼 경쟁 과정에서 다른 종을 대량 학살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죠. 현대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 집단이 피부색이나, 언어, 종교, 성별의 차이로 곧잘 다른 집단을 몰살했죠. 더 심각한 것은 인간의 무기가 동물에게까지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끼리, 코뿔소, 기린 등의 야생동물을 게임을 하듯 죽이고, 이들을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밀렵과,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생물을 고급 요리로 둔갑해 식탁에 올리는 행태만 보아도 알 수 있죠.

 


결국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핵심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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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이 동물권을 존중해야 이유는 기본적으로 동물 또한 인간과 같은 것을 느끼며, 인간처럼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동물권의 존중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공존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건전한 공존에 기여합니다.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배려하는 사회라면 인간 집단 간의 갈등 또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문제의 핵심은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요?

 

 

(그래픽 손아영)/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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