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선물한 힐링의 공간, 온천
[뉴스펭귄 손아영] 여기 미국 대륙의 자연 온천을 찾아 여행을 떠난 두 부부가 있습니다. 바로 우세린, 황상호 부부. 이 부부가 탐방한 온천은 주로 무료 노천 온천인데요. 대부분 상업지역으로 가치가 떨어져 정치·경제적으로도 힘이 없는, 소외된 지역이었습니다. 주로 가난한 여행자와 히피(hippie_’미국 물질문명에 항거하는 젊은이들의 그룹’을 일컫는 말), 장기 여행자가 모이는 곳이죠. 그중 하나가 바로 ‘파이브팜스 온천(Palms Hot Spring)’입니다. 자연이 선물한 힐링의 공간이 어떤 시간을 품은 채 존재하고 있는지 함께 보실까요?
모든 생물의 핫플레이스, 솔턴호
파이브팜스 온천은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큰 호수인 솔턴호(Salton Sea) 부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호수의 크기는 서울 석촌호수의 3만 배, 제주도의 절반 크기에 달하죠. 솔턴호는 1905년 와이오밍주에서 내려오는 콜로라도강에 폭우가 내리면서 멕시코로 내려오던 물줄기가 퇴적물에 막히면서 형성되었습니다. 비는 2년 동안 끊임없이 퍼부었고, 솔턴호는 곧 풍요의 땅이 되었습니다. 나무 수십 종이 자라고, 민물고기가 넘쳐났으며 새 종류만 450종이 넘었죠. 미국 전역에 살던 백색 펠리컨 80%가 솔턴호로 겨울을 나러 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곧 이 땅의 가치를 인간도 알아봤습니다. 개발업자들은 호수에 야자수를 심고, 선착장을 건설해 호화 요트를 띄웠습니다. 그렇게 1950년대까지 각종 음식점과 호텔, 골프장과 나이트클럽이 잇따라 들어섰죠.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러 오고, 인기가수 비치 보이스가 요트를 타러 올 정도로 최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호화로운 파티, 그리고 남은 것들
하지만 1970년대 말, 솔턴호에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습니다. 물고기가 연이어 무더기로 죽어 나갔죠. 하지만 지방정부는 모르는 척 덮기에 급급했고, 1980년대 들어서 생태계 붕괴가 가속화됐습니다. 물고기의 집단 폐사가 빈번해졌고, 그 물고기를 먹은 새들은 식중독 등 세균 감염으로 죽어 나갔습니다. 1999년 여름 하루 만에 물고기 800만 마리가 폐사할 정도였으니까요. 솔턴호는 물이 빠져나가는 배출구가 없어 염도가 계속 높아졌고, 멕시코 외국인 투자지역에서 날아온 먼지와 인근 농장에서 배출한 농약, 상가 폐수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현재 솔턴호의 염도는 태평양의 5배에 이릅니다. 더불어 주변 농장에서 태운 농작물 분진이 이 지역 일대를 덮어 아이 5명 중 1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시속 60여 킬로미터 강풍이 불어 악취가 로스앤젤레스까지 퍼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호수 주변에는 주민 수천 명이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한 노인이나 가난한 이민자가 대부분이죠.
야자수와 함께 늙어온 온천지킴이
금방이라도 공포영화의 배경이 될 듯 을씨년스러운 동네를 조금 벗어나면 파이브팜스 온천이 나타납니다. 사막 한복판에 아파트 4층 높이의 야자수 십여 그루가 둥그렇게 모여있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걸어가면 야자수가 품고 있는 오아시스가 보이죠. 솔턴호가 생기기 110여 년 전, 이곳도 콜로라도강이 홍수로 범람하며 옥토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콜로라도강 상류에 댐이 건설되고 주변 농장의 인공 수로가 만들어지면서 수량이 줄며 다시 사막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야자수 사이에 살아남은 온천탕 하나가 파이브팜스 온천입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온천지킴이 ‘엘런’이 있습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그는, 아들이 사는 도시의 높은 집값 때문에 하릴없이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의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아 온천을 병원 삼아 다니고 있는데요. 그렇게 매일 이곳에 오다 보니 여행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고, 인근 농장으로 빼낸 온천수 파이프를 다시 온천으로 끌고 오는 ‘온천지킴이’가 되었습니다. 그가 온천에 한가롭게 누워 흙에 던진 씨앗은 어느새 손바닥만 한 야자수가 되었습니다.
용광로가 되어버린 온천
두 부부는 온천 여행을 하며 환경파괴 현장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부자 도시 로스앤젤레스가 물을 빼가는 탓에 상류 지역의 호수 수위가 계속 낮아져 주변 생태계가 파괴되며 탄생한 ‘더티 삭스(Dirty Socks) 온천’은 이제 가까이 가기 어려울 정도로 썩은 내가 진동을 합니다. 매년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캘리포니아의 일부 온천은 몇 년 간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죠. 자연이 선사하던 따뜻한 품이 이제는 용광로가 되어 모든 것을 녹이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에 의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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