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곧 식량위기
[뉴스펭귄 손아영] 한 강연에서 누군가 물었습니다. “기후위기가 왜 문제에요? 더운 건 좀 참으면 되잖아요.” 이렇듯 우리는 ‘기후위기’를 떠올릴 때 단순히 내가 당장 덥고, 추운 문제를 생각하기 쉬운데요.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영향은 계절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식탁 위 음식이 달라지죠. 다시 말해 “식량 부족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례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죠.
감자는 이제 눈을 감자
감자가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아마 먹는 재미가 반절은 떨어질 것 같은데요. 감자튀김으로, 감자칩으로, 조림, 탕 등의 재료로 하루도 감자를 먹지 않는 날이 없을 지경이니까요. 감자의 고향은 남아메리카의 안데스산맥으로, 3000미터가 넘는 높은 산들로 이루어진 고산지대입니다. 감자는 서늘한 곳에서 가장 잘 자라기 때문이죠. 한국의 강원도 고랭지 감자가 유명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대대로 내려오던 감자밭에서 아무리 감자를 심어도 꽃이 피질 않고, 땅속에서는 감자알이 굵어지질 않는다고 해요. 기후위기로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점점 더 높은 고산지대로 감자밭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지대일수록 토양의 질은 떨어집니다. 대부분 암석에 양분이 하나도 없는 땅이죠. 이처럼 농사를 짓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반면, 식재료의 질이 떨어진다면 감자를 심으려고 하는 농부들은 점점 더 사라지겠죠?
사과에게 사과하세요!
사과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먹는 과일입니다. 사과가 자라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00년 후엔 한국에서 사과나무를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역시나 기후위기 때문인데요. 본래 사과는 대구가 가장 유명했었지만, 기후위기로 날씨가 점점 더 더워지면서 대구에서는 더 이상 사과를 재배하지 않게 됐습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당분을 만들어 열매에 저장하는데,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면 나무의 광합성 능력이 떨어집니다. 나무가 광합성을 못 하게 되면 곰팡이가 피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죠. 또 곤충이 나무껍질 아래에 알을 낳아도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맙니다. 나무에서 곤충이 싫어하는 향을 내뿜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알을 까고 나온 애벌레는 나무의 물과 양분을 가로채고, 결국 나무는 말라 죽게 됩니다. 어렵게 열매를 맺는다 해도 사과알이 작고 맛이 없죠. 현재 강원도와 태백산맥, 지리산 등 높은 산지로 재배지를 옮기고는 있지만, 산이 계속해서 자라나지 않는 한 사과나무도 자라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참치는 이제 참지 않지
조림부터 구이, 회무침, 샐러드까지 정말 다양한 요리로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는 생선. 이 생선에게도 멸종의 미래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바다에는 ‘해류’라고 하는 흐름이 있는데, 바다에 넘치는 에너지를 부족한 곳으로 옮겨주며 영양분을 고루고루 나눠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해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양 열염 순환”. 북극에서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을 두루 돌아 수천 년 만에 북극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뜻하죠. 북극 바다가 얼면 물만 얼고 소금은 바다에 남는데, 이때 짜고 차가워진 물은 무거워서 가라앉고, 가라앉은 물이 남쪽으로 내려가 인도양과 태평양에 닿으면 다시 표면으로 올라와 북극으로 돌아갑니다. 만약 북극이 춥지 않으면 해류는 흐르지 않는 것이죠. 해류가 멈추면 바다의 온도가 달라지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사라지고, 그것을 먹고 사는 물고기들의 개체 수 또한 자연스레 줄게 됩니다. 참치처럼 덩치 큰 물고기는 청어나 전갱이 같은 중간 크기의 물고기를 먹고 사는데, 이들의 무리가 줄면 자연스레 사라지겠죠.
식탁 위 생물도 우리와 같은 생물입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 공기, 햇빛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 또한 우리와 같은 생물이기에 같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기온이 오르고, 환경이 파괴되면 그들 또한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되죠. 그리고 그들의 위기는 곧 우리의 위기로 다가옵니다. 지금 우리의 식탁이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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