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국내 수족관에 남아있는 마지막 남방큰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기 위한 야생적응 훈련에 돌입한다. 단계별 훈련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제주도 인근 해역에 최종 방류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방류를 계기로 향후 수족관에서 전시를 목적으로 새롭게 고래류를 들여오는 행위 등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는 관련 기관·시민단체·전문가 등과 협력해 제주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 수족관에 남아있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자연 생태계로 돌려보내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앞서 2013년 제돌이·춘삼이·삼팔이, 2015년 태산이·복순이, 2017년 금등이·대포 등 총 7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해양방류됐다.
남방큰돌고래(학명 Tursiops aduncus)는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부속서Ⅱ)이자 세계자연보존연맹 준위협종(IUCN NT), 국제포경기구(IWC) 포획금지종, 국내 해양보호생물종이다. 고래목 참돌고래과에 속하는 해양포유류이며 몸길이 최대 2.7m, 체중 최대 230kg 정도의 중형 돌고래다. 평균수명은 40년 이상으로 알려졌다. 등쪽은 짙은 회색인데 꼬리쪽으로 갈수록 옅어진다. 복부는 밝은 회색에서 백색이다.
주로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 및 온대 해역 연안에 분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제주연안에서 유일하게 발견되며, 약 12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야생적응 훈련 중인 '비봉이'는 약 23세 전후의 수컷 남방큰돌고래다. 지난 2005년 4월 제주 한림읍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활동 중 혼획됐다. 현재 제주도 서귀포시 소재 퍼시픽리솜에서 공연 및 전시 등을 목적으로 사육·관리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제주특별자치도·호반호텔앤리조트·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제주대학교 등과 함께 방류협의체 및 기술위원회를 구성해 '비봉이'의 보호·관리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지난 7월 초에는 해양방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방류 세부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총 5단계의 야생훈련… '비봉이'는 2단계 중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앞으로 '비봉이'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 설치된 가두리 훈련장에서 활어 먹이훈련·야생 돌고래 개체군과의 교감 등 야생적응 훈련을 거칠 예정이다.
이 훈련은 ▲방류가능성 진단 및 방류계획 수립 ▲사육수조 내 적응훈련 ▲가두리 설치 및 이송 ▲가두리 내 야생적응 훈련 ▲방류 및 사후 모니터링 등 총 5단계로 구성됐다.
현재 '비봉이'는 첫 번째 단계를 완료하고, 두 번째 단계를 진행 중이다. 조만간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가 시작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등은 "현재 '비봉이'는 사육수조 내 훈련을 마친 상태며, 살아있는 상태로 제공된 먹이를 직접 사냥해 먹는 등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수부, "'비봉이' 해양방류 과정은 철저한 외부요인 관리 하에 실시"
해양수산부는 '비봉이' 해양방류와 관련한 모든 과정에 대해 일반인의 출입 및 접근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각 단계별 훈련상황 등을 기록한 영상 및 자료는 자체 제작해 공개할 예정이다.
또 방류시기도 사전에 특정하지 않고 기술위원회를 통해 건강상태 및 훈련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할 예정이다. 방류행사도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함께 훈련하는 동료 없이 단독으로 훈련하는 '비봉이'가 야생 생태계에 빠르게 적응하려면 사람과의 접촉·각종 소음·불빛 등 외부요인들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한 조치다.
해양수산부는 '비봉이'를 방류할 때 GPS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향후 1년 이상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또 '비봉이'를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도록 등지느러미에 인식번호(8번) 표식을 하고, 선박이나 드론 등을 이용해 건강상태 및 야생 개체군 무리 합류 여부 등 야생 생태계 적응 여부에 대한 관찰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야생적응 훈련 중 '비봉이' 해양방류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대비해 별도의 보호·관리 대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해수부, 해양 동물 복지 개선 정책에 박차
전시 목적의 새로운 고래류 들이기 전면 금지 등
한편 해양수산부는 이번 방류를 계기로 해양 동물 복지 개선 정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동물원·수족관법', '해양생태계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에 개정,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족관에 전시를 목적으로 새롭게 고래류를 들여오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현재 사육 중인 고래류에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올라타기 등)를 금지할 계획이다. 또 '체험프로그램 기준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수족관 고래류에 대한 보호·관리를 강화한다.
현재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는 수족관 설립은 허가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해양동물의 안전을 위한 규정도 보다 강화해 ▲수족관 동물을 학대하거나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 ▲관찰이나 관광 활동 시 해양동물의 이동이나 먹이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한편, 위반 시 처벌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국내 고래류 서식실태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국내 고래 바다쉼터 조성 등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또 수족관에서 전시·사육되고 있는 고래들을 보다 많이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수족관 업계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비봉이가 안전하게 넓은 바다로 나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면서 "해양수산부는 비봉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동물보호단체, 수족관 등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방류과정을 관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해양수산부는 비봉이 방류는 물론이고 해양동물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핫핑크돌핀스 "아직 국내 수족관에 21마리 고래류 있어"
한편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이날 논평을 통해 '비봉이' 해양방류 결정을 환영하는 한편 올해 8월 기준 '한국 고래류 감금시설 현황'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등 총 5곳에서 전시·공연·체험 등의 목적으로 총 21마리(큰돌고래 16마리, 벨루가 5마리)의 고래류를 사육 및 관리하고 있다. 주된 반입경로는 일본 또는 러시아를 통한 수입으로 조사됐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뉴스펭귄에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 [현장] 상괭이 뱃속에 4개의 낚싯바늘… 말없는 돌고래의 증언
- 돌고래 깔아뭉갤 듯 다가와… '50m 선박금지' 무용지물? (영상)
- "기후위기가 돌고래 '피부병'을 일으킨다"
- '역시 고향이 최고~ 친구들 좋아~' 제주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근황
- 과거 돌고래쇼 했던 서울대공원 공연장,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 해양보호종 ‘남방큰돌고래’ 분류 명칭 바뀐다
- 규정 무시하고 돌고래 근접 관광상품..."돌고래 스토킹 멈춰야"
- 남방큰돌고래 서식 대정읍 해상에 풍력발전기 설치?... 반대 주민들 제주도의회 앞 집결
- "제돌이·춘삼이·삼팔이 등지느러미 이렇게 생겼어요"
- 돌고래 ‘비봉이’ 야생 적응하려면… “선박 접근 안 돼요”
- 돌고래와 사람들 사이, '엄격한 거리두기' 필요하다
- '기후위기 시대' 수족관, 생물다양성·기후변화 초점 맞춰야
- 고래에게는 '비극'… 울산고래축제가 불편한 이유
- '고래 바다쉼터' 예산안 2년째 불발···기재부 "우선순위 아냐"
- “수족관 고래류, 번식이 곧 죽음·…대책 필요”
- 제주 앞바다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 전망...앞으로 숙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