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에게는 '비극'… 울산고래축제가 불편한 이유

  • 조은비 기자
  • 2022.10.22 00:00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기후위기 시대에 고래는 해양생태계에도, 인류의 생존에도 꼭 필요한 존재다.

고래는 일생 동안 약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생을 마감한다. 자연적으로 탄소포집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은 고래 한 마리의 탄소포집 가치를 200만달러(약 22억1500만원)로 추정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후 해저에 가라앉지 않고 고래잡이 등으로 죽임을 당할 경우 몸속에 저장된 탄소는 대기 중으로 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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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면과 심해를 오가며 해수를 순환시키고,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에 필요한 성분을 배설물로 제공하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를 내뿜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렇게 생산된 산소가 대기 중 산소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다.

이렇듯 생태계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는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잡아먹는 곳도 일부 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울산이다.

고래고기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운영되고 있는 울산 장생포에서 이달 13~16일 26회 '울산고래축제'가 개최됐다. 이 모순을 용납하기 어려웠던 시민들이 고래를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지난 15일 축제 현장을 찾았다.

(사진 시셰퍼드 코리아)/뉴스펭귄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시민환경연구소, 시셰퍼드 코리아, 울산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4개 시민단체는 "이번에는 (울산고래축제가) 고래고기 시식 부스를 운영하지는 않았지만, 고래 보호의 필요성이나 생태에 대한 내용은 부재했다"라며 "이번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이 고래의 생태와 보호 필요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생태' 축제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했던 조해민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는 "울산고래축제가 생태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고래를 먹는 문제와 가두는 문제"라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조해민 활동가는 "만약 반려견 축제에서 개고기를 먹을 수 있고, 한쪽에서는 철창에 가둬 기른 강아지의 서커스가 열린다면 어느 누가 이 축제를 '생태축제'라고 부를 수 있겠나?"라며 "고래문화재단이 축제를 통해 계승하고 보전하고 싶어 하는 '고래문화'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조해민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시셰퍼드 코리아)/뉴스펭귄
조해민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시셰퍼드 코리아)/뉴스펭귄

시민들도 고래 보호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시민환경연구소에서 발표한 '해양포유류 보호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5.5%가 '고래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72.9%가 '고래고기 판매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조해민 활동가는 "불편할 수도 있는, 그러나 진짜 고래 이야기를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에 시민들은 공감했다. 준비한 팸플릿 500장은 1시간도 채 안 되어 모두 소진됐다. 고래 그림이 그려진 팸플릿을 꼭 쥔 아이의 손, 두 아이의 어깨를 붙잡고 기자회견을 묵묵히 지켜보던 아버지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며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의 마음은 이미 생태적인 축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변해야 하는 건 울산고래축제"라고 전했다.

(사진 시셰퍼드 코리아)/뉴스펭귄
나눠준 팸플릿을 보고 있는 시민 (사진 시셰퍼드 코리아)/뉴스펭귄

시민단체가 꿈꾸는 울산고래생태축제는 어떤 축제일까. 조해민 활동가는 "고래고기를 먹지 않는 축제, 바다를 오염시키는 축산업에서 생산된 육식이 최대한 지양되는 축제, 현재 수족관에 갇혀 있는 네 마리 돌고래가 무사히 바다로 돌아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축제"라고 짚으며 "심지어 고래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가 돼야 '생태축제'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래고기 왜 먹으면 안 되냐고요?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를 실시하면서 좌초, 표류, 불법 포획된 고래의 위판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혼획을 통해 잡힌 고래의 유통은 가능하다.

한국은 고래 혼획이 과도하게 일어나고 있는 국가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6~2020년 국내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는 연평균 약 1408마리다. 이는 국제포경위원회(IWC) 가입국 평균치에 비해 몇십 배나 많은 규모다.

시민단체는 "특히 밍크고래는 한 마리에 수 천만원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 혼획과 불법 포획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래고기 취식과 유통이 허용된다면 계속되는 고래의 죽음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고래고기를 취식해 온 이곳, 울산과 경북지역의 고래 혼획, 위판 빈도는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는 △혼획을 줄일 수 있는 저감장치 설치 의무화 △혼획된 고래 유통 금지 △밍크고래 해양보호생물 지정 등을 꼽았다.

(사진 시셰퍼드 코리아)/뉴스펭귄
(사진 시셰퍼드 코리아)/뉴스펭귄

조해민 활동가는 "해양생물보호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밍크고래, 참돌고래, 낫돌고래 등은 시장에 팔려 고래고기로 거래되고 있다. 앞서 울산고래축제에서 먹을 수 있던 그 고래고기가 이런 과정을 거쳐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밍크고래 해양생물보호종 지정이 계속 미뤄지는 이유는 여전히 고래고기를 팔고 먹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서 6월까지만 고래 300마리가 팔렸다"라며 "더욱 문제가 되는 건 그물에 걸리는 고래의 대부분이 어린 고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성체가 되지 못하고 계속 줄어든다면 고래는 멸종에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며 "'고래고기를 왜 먹으면 안 되는가' 묻는 사람들에게 솔직히 묻고 싶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고래고기를 먹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축제의 현장에서 열린 '고래장례식'

이날 시민단체는 울산고래축제의 현장에서 고래장례식을 열었다.

울산고래축제에서 시민단체가 진행한 고래장례식 (사진 시셰퍼드 코리아)/뉴스펭귄
울산고래축제에서 시민단체가 진행한 고래장례식 (사진 시셰퍼드 코리아)/뉴스펭귄

고래장례식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조해민 활동가는 "'고래가 즐겁게 생활한다'고 말하는 울산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그간 반입한 12마리 돌고래 중 8마리가 폐사했다. 국내 모든 수족관에서는 지난 30년간 고래가 70여 마리 죽었다"라며 "하지만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제대로 된 애도 한 번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시민들과 함께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전했다.

(사진 시셰퍼드 코리아)/뉴스펭귄

시셰퍼드코리아, 시민환경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 연안에서 폐사한 고래는 총 572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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