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수족관, 생물다양성·기후변화 초점 맞춰야

  • 성은숙 기자
  • 2022.09.08 15:02

국내외 연구 "동물원·수족관 프로그램, 생명감수성·친환경행동 등에 집중 필요"
조사 대상 8곳 중 4곳은 생물다양성 등 교육 프로그램 운영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돌고래·바다사자 동원한 아쿠아쇼 운영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최근 몇년 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교육 프로그램이 방문객의 환경 의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국내외 연구가 여러 편 발표됐다. 기후위기를 맞아 수족관들이 단순한 생태설명회보다 방문객의 생물다양성 보전 및 친환경 행동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더 많이 구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뉴스펭귄>은 2021년 해양수산부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서식지외 보전기관 또는 구조·치료기관으로 지정·운영 중인 수족관 11곳 중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코엑스 아쿠아리움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 △한화 아쿠아플라넷 63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 △씨 라이프(SEA LIFE) 부산 아쿠아리움 △경포 아쿠아리움 등 8곳의 프로그램을 비교·분석했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국립해양박물관과 장생포고래박물관,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제주마린파크는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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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설명회, 생물다양성 교육 프로그램 보다 먹이주기 프로그램에 더 가까워

(그래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그래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올해 9월 기준 각 수족관의 홈페이지상 분류 표기 등에 따르면, 수족관 8곳의 총 60개 프로그램 중 생태설명회(51.6%)가 31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족관 8곳 모두 생태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 대상 수족관 중 절반 가량은 생태설명회를 생물다양성 관련 프로그램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를 비롯한 3곳은 "생물다양성·기후변화 등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은 없다"고 답했으며,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를 비롯한 2곳은 생물다양성·기후변화 관련 교육으로 생태설명회가 아닌 별도의 프로그램을 꼽았다.

이는 대부분의 생태설명회가 수족관 내 특정 해양생물에게 먹이를 급여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그 해양생물의 간략한 생태 특성을 설명하는 데 그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일일 콘텐츠로 진행되고 있는 생태설명회, 피딩(feeding·먹이주기) 프로그램만 운영 중이며, 생물다양성·기후변화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은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한화 아쿠아플라넷 63은 "생물다양성·생명감수성·환경오염·기후변화 등에 초점을 맞춘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은 없으며, 하루 6번의 생태설명회 시 마지막에 생물들을 위해 환경을 생각해달라는 멘트만 하고 있다"고 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역시 "현재 생물다양성·생명감수성·환경오염·기후변화 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등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학생단체 및 진로체험 행복카드 예약 고객 대상으로 '해양보호 생물과 아쿠아리움의 역할'이라는 동영상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씨 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은 "버려진 담수 거북 관련 교육, 천연기념물 남생이 홍보·교육, 해양보호생물 홍보·복원, 벨루가 방류 훈련 홍보·전시 등을 통해 방문객들이 기존에 알지 못했던 내용들을 전달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과 경포 아쿠아리움의 답변은 받지 못했다. 

 

8곳 중 4곳은 생물다양성 교육·체험 프로그램 존재
해수부 "수족관 교육 프로그램 개발·지원 2024년부터"

(사진 해양수산부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뉴스펭귄
(사진 해양수산부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뉴스펭귄

이번 조사 대상 수족관 8곳 중 4곳은 방문객 등을 대상으로 해양수산부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의 해양생물다양성 교육 프로그램 예시와 유사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센터 산하 동물병원 체험' 프로그램은 해양쓰레기로 고통받는 해양동물 치료를 주제로 △수술실 체험 △기생충 관찰 등을 체험하도록 구성됐다.

또 교육 프로그램으로 분류된 '나만의 수조 만들기'에서는 해양생물의 특징과 생태 및 해양자원의 가치 이해라는 목표 아래 마리모 수조 만들기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씨 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뉴스펭귄
(사진 씨 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뉴스펭귄

씨 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의 '바다거북 구조대' 프로그램은 바다거북 모형을 활용해  △구조 △체중 재기 △엑스레이 촬영 △부상 이유 확인하기 △치료하기 △먹이주기 △바다로 돌려보내기 등 실제 구조활동과 유사하게 구성됐다.

씨 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은 △생물에 대한 사전 정보나 지식 없이 키우다 버려진 담수 거북들의 수조 영상과 별도의 안내 문구 등으로 경각심 고취 △천연기념물 남생이 및 유기된 유해생물종인 일부 담수거북과의 번식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 홍보 △붉은발말똥게, 거머리말 등 해양보호생물에 대한 홍보 및 복원 노력 △중국 어느 수족관에 있던 벨루가 2미의 야생 방류·훈련 홍보 및 동영상 전시 등도 진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교육부 진로체험 인증기관인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은 "매년 4회 이상 청소년 대상 무료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생태계 생물보호를 목표로 아쿠아리스트의 업무 이해 및 생태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도 "학생단체 및 진로체험 행복카드 예약 고객 대상으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해양보호 생물과 아쿠아리움의 역할'에 대한 동영상 강의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해양수산부 서식지외 보전기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어린이집 대상 '바다거북 보전' 출강 교육, 여수시 행복지원센터와 연계한 여수시 고등학생 대상 '아쿠아리스트와 학예사 직업 특성화 교육' 등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을 통해 인근 학교 체험교육과 연계한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 교육·홍보를 지원, 수족관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서식지외 보전사업 및 종보전 연구와 연계한 교육ㆍ홍보 프로그램 개발할 계획이다. 7일 해양수산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상 교육 프로그램 개발·지원은 2024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 돌고래·바다사자 동원한 아쿠아쇼 운영

(사진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 유튜브 갈무리)/뉴스펭귄
(사진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 유튜브 갈무리)/뉴스펭귄

반면 방문객 대상 생물다양성 및 지속가능한 환경 교육프로그램은 커녕 돌고래와 바다사자 공연을 펼치는 곳도 있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하루 4번 특별공연 '더 그레이스트 오션 3(The Greatest Ocean 3) & 아쿠아 스토리'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공연의 2부에는 바다사자 '치코'와 돌고래 '릴리'가 등장한다.

공연에 등장한 바다사자는 앞발만으로 체중을 버티는 자세를 취하기도 하며, 돌고래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 수면 위로 뛰어오르기도 한다.

 

 

앞서 2012년 5월 서울대공원은 동물학대 논란을 계기로 묘기 위주의 인위적인 돌고래 공연을 폐지하고, 생태설명회로 전환했다. 

해외 여행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는 지난 2019년부터 돌고래 공연 등 전시를 위해 고래를 사육하거나 수입하는 시설의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동물복지 및 서식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향후 동물을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실질적 생물다양성 보전 연구·교육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각 수족관 홈페이지상 분류 표기 등을 참조해 정리한 각 사 운영 프로그램 현황.

(사진·자료 각 사 홈페이지, 그래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사진·자료 각 사 홈페이지, 그래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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