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대하천 꿰찬 '똥 주인'...도시살이 지켜주려면

  • 이수연 기자
  • 2023.12.13 12:01
서울을 흐르는 안양천 하류에서 발견된 수달 배설물.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서울을 흐르는 안양천 하류에서 발견된 수달 배설물.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서울을 흐르는 안양천에서 수달 발자국과 배설물이 발견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안양천 하류에서 수달 발자국이 발견됐다. 이로써 안양천, 중랑천, 탄천, 홍제천을 아우르는 서울 4대 지천에서 수달 서식이 확인됐다.

안양천 상류에는 이전에도 수달이 출현한 흔적이 확인됐으나 서울을 흐르는 하류 구간에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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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은 과거 한강을 비롯한 전국 하천에 널리 분포했지만 도시화로 서식지가 감소하고 로드킬로 생존을 위협받아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에 지정됐다.

수달 배설물이 발견된 지점은 철새보호구역이다.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하천이지만 강 가운데 섬이 발달해 있고 홍머리오리, 고방오리 등 겨울철새가 많이 찾는 곳이다. 서울시는 2007년 이 구간을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안양천 인근에서 확인된 수달 발자국.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안양천 인근에서 확인된 수달 발자국.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안양천 인근에서 수달 발자국을 발견한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서울 4대 지천으로 수달이 돌아왔다고 해서 이곳의 자연성이 완전히 회복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하천변을 여가시설로 개발하고, 관행적인 치수공사로 호안을 단조롭게 만들면 수달과 야생동물의 서식 환경은 나빠진다"고 <뉴스펭귄>에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일환으로 안양천 등에 '놀빛광장'을 추진하고 있다. 감성조망 명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4대 지천 중 중랑천은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안양천, 탄천, 홍제천 등에는 2026년까지 만든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자연성 회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에 다시 출현한 수달들이 잘 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성민규 연구원은 "콘크리트 대신 자연형 호안을 조성하고 대체 서식지도 마련해야 한다"며 "산책로나 여가시설 같은 공간과 수달의 자연 서식지 사이에 완충지대를 마련하고, 로드킬 저감시설을 설치해야 도시에 사는 수달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수달과 철새, 야생생물 서식지를 훼손하는 호안정비사업 공사 진행 중과 후.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왼쪽부터 수달과 철새 등 야생생물 서식지를 훼손하는 호안정비사업 공사 중과 완료 후. (사진 생명다양성재단)/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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