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하마'...미국 소도시가 특이한 지명 갖게 된 이유

  • 이후림 기자
  • 2023.12.12 16:01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배트케이브 지역 소방차. (사진 IceCreamForEveryone -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배트케이브 지역 소방차. (사진 IceCreamForEveryone -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미국 소도시들은 종종 유명한 역사적 인물이나 초기 정착민 이름을 따 지명이 정해졌다. 특수한 경우지만 미국 곳곳에는 사람이 아닌 동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소도시들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소도시이자 보호구역 '배트케이브(Bat Cave)'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1989년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배트맨'이 개봉한 이후 곤욕을 치렀다. 영화가 인기를 끌자 거리 표지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집 우편함에는 영화팬들이 장난으로 보낸 우편물들로 가득했다.

이 지역에 위치한 동굴에는 한때 실제로 많은 박쥐가 서식했다. 과거 5종이 서식했지만 심각한 개체수 감소를 겪으면서 지금은 3종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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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케이브처럼 동물 혹은 곤충 이름과 같은 지명을 사용하는 미국 소도시 3곳과 그 배경을 소개한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죤(Pigeon, Pennsylvania) - 비둘기

멸종한 나그네비둘기. (사진 JG Hubbard -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멸종한 나그네비둘기. (사진 JG Hubbard - 위키피디아)/뉴스펭귄

펜실베이니아주 동쪽 끝에 위치한 블루벨의 과거 지명은 '피죤(비둘기)'이다. 1840년 전까지 이곳은 나그네비둘기가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해서 비둘기를 뜻하는 영문명 '피죤'으로 불렸다. 여행비둘기로도 알려진 나그네비둘기는 1914년 동물원에 살던 개체 1마리가 죽으면서 절멸했다.

181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전역에 30~50억 마리가 서식했지만 사람들이 식량과 깃털 등을 얻기 위해 마구잡이로 사냥하면서 1910년대 야생에서는 완전히 멸종했다. 

급감하는 개체수에 놀란 주정부가 1873년 비둘기 사냥을 제한하는 법안을 급히 승인했지만 결국 한 종의 멸종을 막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법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나갔고 마을의 역사와도 같던 나그네비둘기는 역사 속으로 함께 사라졌다. 

비록 지금은 지명이 바뀌었지만 주민들은 이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마을 한쪽에 '피죤'이라는 팻말을 세웠다. 팻말에는 '한때 나그네비둘기가 이 지역 너도밤나무 숲에 둥지를 틀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주리주 로치(Roach, Missouri) - 바퀴벌레

미주리주 로치. (사진 구글맵 캡처)/뉴스펭귄
미주리주 로치. (사진 구글맵 캡처)/뉴스펭귄

미주리주에는 총 5종의 바퀴벌레가 산다. 하지만 중부의 작은 도시 '로치(바퀴벌레)'는 실제 바퀴벌레와는 관련이 없다. 로치라는 지명은 초기 정착민인 '로치'가문 사람들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지명은 이곳에 우체국이 생기면서 함께 지어졌는데, 당시 우체국장이었던 '리틀베리 잭 로치(Littleberry Jack Roach)'의 성과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

 

켄터키주 히포(Hippo, Kentucky) - 하마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하마'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이곳은 1900년대 초 한 지역 주민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마을을 대표하게 된 이 주민의 이름은 비 매디슨 히포 크래프트(Bee Madison Hippo Craft). 이 사람은 짜증과 불평을 잘 내는 마을 유명인사였다. 지금은 '하마'라는 뜻을 가진 '히포'는 당시 건강염려증환자(Hypochondriac)의 줄임말이자 속어로도 사용했는데, 마침 이 주민의 이름과도 들어맞아 독특한 지명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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