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곤돌라 '다시 삽질'?...득실계산 해볼까?

  • 박연정 기자
  • 2023.12.11 15:30
남산.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를 설치하겠다고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에 첫 당선된 직후 추진했다가 서울시의회의 반대로 접은지 14년만이다. 고 박원순 전시장 재임시절 추진 이력으로 따지면 8년만이다. 

서울시는 남산에 곤돌라를 설치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데 이어, 총 공사비 400억원 규모의 설계·시공 일괄 입찰공고를 지난 6일 게시했다.

명분은 시민 불편해소. 남산 생태보호를 위해 관광버스의 남산진입을 전면 통제한 탓에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는게 이유다. 생태보호를 위해 관광버스의 진입은 전면통제하고선 생태보호에 역행할 수 밖에 없는 곤돌라를 설치하겠는 논리가 얼마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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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 설치 '엎치락 뒤치락'

남산 곤돌라는 오세훈 시장 첫 재임 시절 '남산 르네상스사업'의 하나로  처음 추진됐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과성, 시설의 적정성·접근성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의회의 반대로 2011년 흐지부지됐다.

이후 2015년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에 따라 곤돌라 건설이 재추진됐으나, 한양도성 남산구간의 경관을 해쳐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다시 무산됐다.

이번에 서울시가 곤돌라 사업을 추진하려는 표면적인 이유는 시민의 불편 해소다. 서울시는 남산 생태보호를 위해 2021년 8월 관광버스의 남산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관광버스가 실어 나르던 연인원은 200만명에 달했다. 이는 남산 정상 이용객의 약 20%나 되는 수치다.

서울시는 관광버스 통제에 따른 불편해소를 위해 남산01번 순환버스 등 2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지만, 곧바로 남산에 도착하지 않고 경유 노선이 길다는 이유로 이용자가 적은 편이다. 서울시는 "관광버스 진입 제한 이후 편리하게 이동할 만한 교통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곤돌라를 통해 시민, 외국인 관광객 등이 편리하게 남산을 즐기도록 할 필요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는 "남산 지역은 옛날 서울시청 남산청사가 철거된 이후 예장공원이 조성돼 곤돌라 사업을 추진할 지리적 여건은 마련됐다"며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등재 주제가 당초 경관 위주에서 방어시설 중심으로 변경돼 곤돌라 사업을 중단시켰던 위험 요소가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남산 케이블카.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남산 케이블카.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진짜 이유는 '이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을 견제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남산 케이블카는 한국삭도공업이 교통부로부터 국내 최초 삭도 사업허가를 받아 1962년 케이블카 운영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60년째 독점 운영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남산 내 산림청 소유의 땅을 일부 이용해 영업중이다. 

한국삭도공업이 매년 벌어들이는 매출은 백억원이 훨씬 넘는다고 알려졌지만 서울시에 납부하는 금액은 국유지 사용료 3000여만원이 전부다. 실제 한국삭도공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2019년 136억566만원, 2020년 49억7092만원이다.

이에 2015년 서울시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시와 정부에 한국삭도공업의 독점 운영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으나 독점 운영은 계속됐다.

그 사이 케이블카 안전성 문제 또한 끊이지 않았다. 실제 남산 케이블은 1984년 구동축 절단사고, 1995년 음주운전 사고, 2009년 강풍 정지 사고, 2019년 충돌 사고 등 많은 사고가 있었으나 경미한 행정처분만 받았다.

현행법상 남산 케이블카사업을 제한할 별다른 장치가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서울시가 곤돌라사업을 통해 남산케이블카 독점 운영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감도. (사진 서울시)/뉴스펭귄
남산 곤돌라 조성계획. (사진 서울시)/뉴스펭귄
남산 곤돌라 조성계획. (사진 서울시)/뉴스펭귄

서울시의 곤돌라사업 '3수'에 담긴 내용

서울시는 2025년 11월 정식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에 하부 승강장을 두고 남산 정상부(상부승강장)까지 총 804m를 운행한다. 캐빈 25대(10인승)를 운행해 시간당 약 1600명의 남산 방문객을 수송한다는 계획이다.

하부승강장은 이미 설치돼 있는 예장공원 버스환승주차장과 승객 대기 장소를 활용할 예정이며, 명동역에서 곤돌라 탑승장까지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 이동 약자가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무(無)장애 동선으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지난 6월 환경단체 및 전문가와 함께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한 발전협의회'를 구성, 6차례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또 녹색서울시민위원회와 2차례 걸친 안건공유를 통해 남산 생태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지주, 승강장 등 시설물 설치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곤돌라 운영 수익금 전액을 다양한 생태보전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 남산 생태여가 기금을 신설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라 말했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곤돌라가 설치되면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승강장에 도착해 남산 정상부까지 도심 경관을 즐기며 도착할 수 있어 시민들의 불편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연 '득'이 '실'보다 많을까

문제① 학습권 침해

남산 곤돌라 공사 예정지 인근은 숭의여자대학교부설유치원, 리라초등학교, 숭의초등학교, 리라아트고등학교, 숭의여자대학교 등이 위치해 있는 학교 밀집 지역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학습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학부모연대·한국청소년환경단·전국환경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남산곤돌라설치반대 범국민연대'는 지난달 리라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남산곤돌라 설치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단체는 "남산 곤돌라는 아동학습권과 학생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하부 승강장 인근에 리라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샛노란색 지붕이 리라초등학교다.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하부 승강장 인근에 리라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샛노란색 지붕이 리라초등학교다.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한재욱 전국환경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머리 위로 곤돌라 수십대가 왔다 갔다 하면 주의력이 산만해질뿐더러 공사 과정 이후 2000명이 곤돌라로 이동하는데 카메라로 확대하면 학생들이 다 보일 것이다. 이것은 아동 인권까지도 문제가 된다"며 반발했다.

이에 서울시는 "주변 학교 관계자들과 면담했고 현장점검을 거친 결과 곤돌라 설치로 인근 학교의 학습권 침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공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말했다.

 

문제② 생태 훼손

남산 생태·경관보전지역.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남산은 생태적 보호가치가 높다. 남산 생태·경관보전지역엔 서울시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신갈나무가 북측사면에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남측사면엔 자생 소나무를 포함한 소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또 남산 생태·경관보전지역엔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아까시나무, 소나무, 병꽃나무 등 다양한 식생이 서식하고 있다.

굴뚝새, 직박구리 등 텃새부터 밀화부리 등의 여름 철새,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새호리기 등의 다양한 조류가 발견됐다. 양서류와 파충류, 포유류 등이 관찰돼 동물 생태의 보고임도 확인됐다. 환경단체 측은 "방문객이 늘어나면 생태 훼손과 교란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③ 샛길

곤돌라 설치로 생태·경관보전지역 내부 이용자가 많아지면 샛길 이용에 따른 답압 피해가 심화될 수 있다. 답압은 인간이 야외활동을 통해 기질을 밟는 행위를 의미한다.

답압으로 지속적으로 토양에 압력이 가해지면 초본층이 훼손되고 표토(토층의 가장 윗부분) 유실로 세근(잔뿌리)이 노출된다. 기자가 남산 둘레길을 방문해 본 결과, 토양 위로 훤히 드러난 나무뿌리가 쉽게 관찰됐다.

나무뿌리가 토양 위로 훤히 드러나 있다.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은 "사람이 많아지면 토지에 가해지는 부하가 크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남산을 방문하면 다양한 경로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숲이 많이 훼손될 수 있다. 실제 샛길로 이동하는 분들도 많다"라고 우려했다. 

샛길 금지 표지판.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실제 남산에선 무분별한 샛길을 막는 표지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뉴스펭귄>이 남산 관리를 담당하는 중부공원여가센터 조경지원과 측에 문의한 결과 이들의 입장은 달랐다.

중부공원여가센터 측은 "샛길에 따른 환경 훼손 정도는 심하지 않은 편이다.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면 하층식생의 성장에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심한 훼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라며 "샛길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훼손 정도가 심하진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제④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

케이블카 설치가 전국으로 번질 계기가 될 것으로 환경단체 측은 우려한다. 김동언 정책국장은 "곤돌라가 설치되면 곤돌라가 굳이 필요 없는 다른 곳에서도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착공을 계기로 다른 지자체들도 중단했던 케이블카 사업을 재가동했다. 국내 1호 국립공원 지리산에 추진되는 케이블카가 대표적인 예다.

전남 구례군은 케이블카 설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나 번번이 환경부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환경부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이후 재심의를 요청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충북 보은군의 속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재논의되고 있다. 보은군은 2016년 속리산 케이블카 기본 구상과 타당성 용역까지 마쳤지만 환경보호 논란으로 관련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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