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흡연구역 확대해야"...왜? 어떻게?

  • 남예진 기자
  • 2023.12.13 10:07
서울특별시청서소문2청사에 설치된 흡연부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서울특별시청서소문2청사에 설치된 흡연부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도심에서 흡연구역을 찾기란 쉽지 않다. 찾더라도 좁은 공간에 흡연자들이 밀집하다 보니 뒷골목에서 담배를 뻐끔거린다. 사방으로 흩어진 담배연기에 지나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눈치를 준다. 때론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비흡연자들의 눈총을 감내하고 피우고 나면 담배꽁초가 문제다. 길가에 또는 배수구에 휙 던져버리는 건 정해진 수순. 담배연기와 담배꽁초가 건강 뿐 아니라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의외로 크다.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를 '위한' 흡연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꽁초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하면서.

이런 주제를 놓고 서울시 공무원과 서울시의회 의원, 관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모여 12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담배연기·꽁초쓰레기·화재 문제 해결을 위한 흡연구역 만들기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비흡연자 입장에서 '쓰레기줍는사람들(쓰줍인)'이, 흡연자 쪽에서는 '흡연자인권연대'가 나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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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토론회 참가자들. (사진 남예진 기자)
정책토론회 참가자들. (사진 남예진 기자)

좌장을 맡은 서울시의회 허훈 의원은 "서울시에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중 3분의 1이 담배꽁초로 시작된다. 다만 서울시내에는 금연구역이 약 30만개인 반면, 흡연구역은 103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시민의 안전과 재산,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흡연구역 설치 및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선 박현지 쓰줍인 대표가 '서초구 흡연구역 점검으로 본 도심지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를, 박상륜 흡연자인권연대 대표가 '모두를 위한 흡연구역 정책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쓰레기줍는사람들 박현지 대표.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쓰레기줍는사람들 박현지 대표.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쓰줍인 박 대표는 "담배꽁초는 플라스틱 필터를 통해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유발하지만, 플라스틱 오염원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제대로 버릴 곳이 부족해 판매량의 50% 이상이 무단투기 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꽁초수거함이 설치된 서초구의 꽁초수거함 모니터링을 통해 △꽁초수거함 중 44%가 금연구역에 설치돼 흡연자-비흡연자 간의 갈등조장 가능성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꽁초 수거효과 미비 △각기 다른 수거함 형태로 인한 이용 어려움 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연구역이 아닌 곳에 흡연구역을 늘리고, 흡연자의 편의성을 위해서 꽁초 수거함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또 효율적인 꽁초 수거를 위해 디자인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흡연자들이 꽁초 수거함을 이용하지 않고 무단투기하는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꽁초를 스스로 처리하는 흡연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흡연자인권연대 박상륜 대표.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흡연자인권연대 박상륜 대표.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박상륜 흡연자인권연대 대표는 "담배꽁초로 인한 홍수, 산불, 간접흡연 등 직·간접적 피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12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서울시내 공공 흡연구역은 103개로, 흡연구역 1곳 당 1만8389명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흡연자들은 흡연구역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륜 대표는 "특히 흡연구역을 선도입한 일본과 비교할 경우 차이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여의도는 흡연구역이 7곳에 그치지만, 일본 도쿄의 신바시는 동일한 면적에 약 40개의 흡연구역이 배치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흡연자와 비흡연자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흡연정책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흡연자 뿐만 아니라 비흡연자 역시 흡연구역 확충의 필요성을 인지한다고 답했다. 즉 시민들도 흡연구역이 단순히 흡연자의 편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흡연자의 건강에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도심지 내 흡연구역 확충 및 분연 정책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담배 연기·꽁초 쓰레기·화재 문제 해결을 위한 '흡연구역 만들기 정책토론회' 참여자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쓰줍인과 흡연자인권연대의 발제 후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 ▲최재웅 시가랩 캠페인 매니저 ▲박혜영 시민운동가 ▲전기호 서울시 스마트건강과 스마트정책팀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자원순환팀장.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자원순환팀장.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박정음 팀장은 "2020년 환경부 '담배꽁초 관리 체계 마련 연구용역' 자료에 의하면 매일 1246만개의 꽁초가 버려진다다. 이는 담배 1갑에서 1~2개비만 무단투기 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세계 담배꽁초 투기량을 계산한 결과 66.6%가 무단투기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국내 데이터로 환산할 경우, 1억1455만개피에 달한다. 즉 무단투기 되는 담배꽁초량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회수만 할게 아니라 특정 구역에서만 버려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흡연구역 증설은 단순히 흡연자들의 흡연공간을 확보하자는 의미를 넘어,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 오염예방과 화재, 빗물받이 막힘으로 인한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라고 덧붙였다.

(주)어다인 시가랩 캠페인 최재웅 매니저.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주)어다인 시가랩 캠페인 최재웅 매니저.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최재웅 시가랩 캠페인 매니저는 "기존에 꽁초 폐기물에 관한 토론회나 글을 보면 '시민들의 의식 개선'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시민의식도 개선돼야 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어져야만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매니저는 "설치와 관리비용, 역민원 등의 문제로 단기간에 필요한 수준까지 확대하기 어렵겠지만, 흡연구역 확충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한다. 확충 과정에서 흡연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고, 접근하기 편한 곳에 흡연구역이 마련돼야만 한다. 또 지하철과 고속도로 휴게소의 쾌적한 화장실처럼 '적절한 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영 시민운동가.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박혜영 시민운동가.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박혜영 시민운동가는 "꽁초 문제를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즉 환경문제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30년간 강수량은 20세기 초보다 124mm 증가한 만큼, 빗물받이의 쓰레기 수거만을 침수 피해 해결책으로 제시하긴 어렵다. 즉 선제적으로 흡연구역을 지정함으로써 꽁초를 수거한다면, 관리 비용적인 문제와 대응책 미비로 인한 재난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또 담배꽁초가 야기하는 피해를 논할 때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초점을 두고 담론을 이어가는데, 시야를 넓게 보면 우리 주변의 생태계와 환경 그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시 스마트건강과 전기호 스마트정책팀장.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서울시 스마트건강과 전기호 스마트정책팀장.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전기호 스마트정책팀장은 "흡연구역은 관리의 어려움과 님비현상 문제가 존재한다. 즉 흡연구역 철거 관련 민원과 금연정책 후퇴에 대한 우려로 인해 흡연구역 증설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전 팀장은 "흡연구역의 수가 103곳에 불과한 이유는 주로 도심권에 설치되다 보니 설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종로1가의 인사동은 중심도로는 금연구역이고 중심도로에서 벗어나면 흡연구역이다. 즉 흡연구역을 설치한 장소가 자체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섣부른 증설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의회 유튜브 채널 '서울시의회 토론회 제2대회의실'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보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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