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일)은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다. 하지만 올해는 마법처럼 더위가 가신다는 ‘처서 매직’도 폭염 앞에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주말(23~24일) 전국 최고기온 36도, 최저기온 28도를 가리키며 불볕더위는 꺾일 줄 모른다.
야외활동은 감히 엄두조차 나지 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자니 다음 달 받게 될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기 두렵다. 길어진 여름, 사람들은 무더위를 어디서 피하고 있을까?
무더위를 잠시 피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우선 에어컨이 있어야 하고,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눈치 보지 않는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 돈이 드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면 일석이조다.
다이소 편의점 공항...서울 시민들이 고른 더위 대피소
서울 송파구에 사는 안모씨(43세)는 다이소를 골랐다. 시원하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면서, 무엇보다 어디에나 있다는 이유다. 그는 "서점이나 대형마트, 쇼핑몰 같은 곳도 물론 시원하지만, 더 가깝고 쉽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다이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없는 동네가 없고 대부분 넓은데다 시원하며 물건을 오래 구경해도 부담이 없다. 편의점은 한참 서서 구경할 수 없는데 다이소는 다르다. 카페에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니고 마땅한 매장이 없을 때 딱 좋다"고 말했다.
너무 더워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 싫을 때도 있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핫플’의 맛집은 언감생심이다. 이럴 때만큼은 배달 앱이 구세주가 된다. 그런데 폭염을 피해 '집콕'하는 동안 음식을 가져다주는 배달 라이더들은 어디서 더위를 피할까?
한 쿠팡이츠 라이더는 "카페는 땀 냄새 때문에 눈치가 보여 안 간다. 은행에 잠깐 들어가거나 편의점에서 물 한 병 사면서 에어컨 바람을 쐰다"고 말했다. 이 라이더의 인터뷰는 한겨레신문을 통해 소개됐다. 오랫동안 머물지는 못해도 어디서나 찾기 쉬운 편의점이나 은행, 카페가 일종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은 과거 단골 피서지 중 하나였다. 그런데 사실 지금도 그렇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도 1만4000여 개의 은행·상호금융·저축은행 영업점에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2018년부터 무더위 쉼터를 공식적으로 운영했다.
다만 더위를 피하러 은행에 가는 게 과거보다는 어려워졌다. 전국 은행 점포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은행 지점·출장소 수(연말 기준)는 약 780개가 줄었다.
은행이 줄어들면서 새롭게 떠오른 장소는 공항이다. 특히 노인층이 많이 찾는다. 한 80대 소비자는 "더위 식히고 사람 구경도 하러 온다. 탁 트여있어서 은행이나 경로당보다 좋다”고 전했다.
에어컨 대수 적은 프랑스 파리는? "도서관이 최고"
전 세계적 이상기후와 폭염에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본지와 콘텐츠 제휴 중인 프랑스 매체 <르포르테르>가 파리 사람들의 피서지를 소개했다.
파리 19구 메디아테크 제임스 볼드윈에서 작업하는 프리랜서 마티아스는 옥탑방에서 더위를 견디기 힘들어 도서관을 찾는다고 한다. "여름에 파리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서 도서관이 쾌적해진다"고 말했다. 18구 로베르 사바티에 도서관은 에어컨은 없지만 두꺼운 벽이 열을 차단해서 비교적 시원하다. 학생들과 재택근무자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특히 18구 구청에는 평소 몽마르트 와인 시음용으로 쓰이던 지하실이 폭염 기간 중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돌로 된 두꺼운 벽이 시원함을 유지하는 이 공간에서 재택근무를 하던 쥐스틴은 "지붕 바로 아래 아파트가 사우나가 되어 이곳으로 피했다"고 전했다.
15살 에마와 16살 릴루는 옥세르의 쇼핑센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들에게 이곳은 공원이나 수영장보다 좋은 곳이다. 상점들과 에어컨이 설치된 통로와 와이파이까지 필요한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파리는 아예 시 차원에서 'Cool island in paris'라는 폭염 대피 지도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음수대, 냉각 스프레이, 그늘막, 공공샤워실, 수영장, 에어컨이 설치된 도서관과 미술관, 종교시설, 그리고 녹지 비율을 보여주는 공원 등의 위치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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