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8월은 폭염과 열대야가 역대급으로 길고 평소보다 강수량은 적은데 갑자기 극한호우가 쏟아지는 이상한 여름이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을 ‘양극화’라고 표현했다. 무더위와 호우가 반복되고 큰 비와 가뭄의 지역 양극화가 뚜렷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무더운 날씨와 열대야 등도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이 8일 ‘2025년 여름철(6~8월) 기후 특성과 원인’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여름 키워드는 크게 3가지로 짧은 장마철, 이른 더위 시작, 그리고 무더위와 집중호우 반복이 특징이다.
이번 여름은 뜨겁고 길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로 역대 1위다. 가장 더웠던 지난해(25.6℃)보다 0.1℃ 높고 역대급 폭염으로 꼽히는 2018년보다는 0.4℃ 높다. 평년보다는 2.0℃ 높다. 고온이 이어진 가운데 6월 말부터 이른 더위가 나타나 8월 하순까지 지속됐다. 역대 1위 기준은 1973년부터다. 이 때는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크게 늘린 시기다.
과거에는 장마 이후 무더위가 찾아오는 공식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7월 말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작년과 달리 올해는 이보다 한 달가량 일찍 더위가 발생했다.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2주가량 전국 일평균 기온은 1위를 기록했고 7월 8일에는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40℃ 이상으로 올라 일찌감치 한여름 날씨를 보였다.
평년보다 보름 이상 길었던 폭염
무더위는 밤낮으로 이어졌다. 특히 7월 하순과 8월 중하순에는 낮 동안 기온이 크게 올랐고, 밤에도 높은 기온이 이어져 밤낮으로 무더위가 지속됐다.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일평균기온도 역대 1∼2위를 기록하며 처서 이후까지 늦더위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8월 하순 전국 평균기온도 27.8℃로 평년보다 3.9℃ 높았다. 역시 역대 최고 1위다. 강릉, 대관령 등 13개 지점에서는 8월 하순 일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더위가 빨리 찾아온 이유를 북태평양고기압 확장과 대기 상층에서의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정체된 고기압 구조 형성에서 찾았다. 7월 하순부터는 티베트고기압 영향도 더해지면서 기온이 더욱 올랐다.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 강화와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온도가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월 넘게 이어진 무더위 속에 전국 폭염일수는 28.1일로 평년보다 17.5일 많았다. 남부지방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20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가장 많은 폭염일수를 기록했고, 대관령은 1971년 해당 지역 기상관측 시작 이래 처음 폭염이 발생했다.
전국 열대야일수는 15.5일로 평년보다 9일 많았다. 서울 열대야는 평년(12.5일) 대비 3.5배가 넘는 46일로 1908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역대 2위인 지난해(39일) 기록과 비교해봐도 일주일 가량 더 나타난 셈이다.
일반적으로 열대야는 7월 중순부터 시작되는데, 올해는 이를 더위 탓에 광주(6월 19일), 대전(6월 19일), 부산(7월 1일) 등 21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가 기록됐다.
장마 짧고 강수량 적은데 극한호우는 빈번
비 내리는 패턴도 평년과 달랐다. 장마 기간이 짧고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전국 강수일수는 29.3일로 평년보다 9.2일 적었다. 강수량은 619.7mm로 평년(727.3mm) 대비 85.1%로 적었다. 하지만 7월 중순과 8월 초 등에는 극값을 경신하는 등의 기록적인 호우가 발생해 대비를 이뤘다. 널뛰는 호우 패턴은 최근까지 이어져 지난 주말 군산에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비가 내렸다.
장마는 일찍 시작돼 역대 가장 빠른 페이스로 일찍 끝났다. 제주도와 중부, 남부 지방 장마 시작은 평소보다 각각 7일, 6일, 4일 빨랐다. 제주도는 역대 가장 이른 6월 26일, 남부지방은 두 번째로 이른 7월 1일에 장마가 끝나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짧았다.
작년에는 장마철 기간이 평년과 비슷하였고, 여름철 강수량의 대부분이 장마철에 내린 반면에, 올해는 장마철 기간도 짧고 한두 차례 많은 비가 집중되며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200.5mm로 평년(356.7mm) 대비 55.0%로 적었다. 강수일수도 8.8일로 평년(17.3일) 대비 절반 수준으로 역대 네 번째로 적었다.
올해 4월 이후 기상가뭄이 지속 중인 강원영동 지역 강수량은 232.5mm로 평년(679.3mm)의 34.2% 수준으로 나타났다. 강수일수도 24.7일로 평년보다 18.3일 적어, 여름철 강수량과 강수일수 모두 역대 가장 적었다. 다른 지역은 정체전선과 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렸으나, 강원영동은 태백산맥으로 인한 지형효과로 강수량이 더욱 적었고, 여름철 동안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우세해 동풍 계열의 바람이 불지 않아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는 23.8℃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1위는 지난해(24.0℃)다.
기상청은 복합 기상재해로 피해가 이어졌다며 기후위기(변화)로 달라질 재해 양상을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더위가 일찍 시작해 여전히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폭염과 호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복합적인 기상재해로 큰 피해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별로 폭염, 집중호우, 가뭄 등 여러 극한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기상재해의 양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여,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폭염이 이어지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46일째 가동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중대본은 지난 7월 25일 폭염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1단계 가동을 시작했고 8일 기준 46일째 운영되고 있다. 이는 폭염이 재난 관리 체계에 포함된 2019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전 최장 기록은 지난해 7월 31일부터 8월 28일까지 29일간이었다.
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8일 오전 6시 발표한 중기예보에서 “예보기간 최고체감온도가 31℃ 안팎으로 올라 무더운 날이 있겠고, 일부 지역에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 아침 기온은 19~25℃, 낮 기온은 26~32℃로 평년(최저기온 15~21℃, 최고기온 25~28℃)보다 높겠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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