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아무리 폐허가 된 자리에도 희망은 있다. 강력한 허리케인이 휩쓴 곳에서 멸종위기종 나비의 수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지난 36년간 미국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이 샤우스호랑나비 개체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보존 생물학' 저널 2월호에 게재됐다.
샤우스호랑나비는 미국 플로리다 중에서도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자 희귀종으로, 미 멸종위기종 목록에 최초로 등재된 나비 중 하나다.
연구의 시작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구진은 플로리다 비스케인국립공원에서 샤우스호랑나비 개체군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매년 봄마다 현장을 방문해 기록했다.
1985년부터 2021년까지 조사한 결과, 허리케인 직후 1년간 나비 개체수는 감소했지만 평균 4년 안에 회복돼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례로 1992년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허리케인 앤드루(Andrew)로 키가 큰 식물 25%가 심하게 부서졌지만 샤우스호랑나비 개체수는 3년 만에 반등했다.
2005년 허리케인 윌마(Wilma)와 2017년 허리케인 어마(Irma) 이후에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일시적으로 나비 개체수가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도리어 늘어났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이 나비의 먹이인 기주식물에서 찾았는데 샤우스호랑나비는 열대 초피나무와 횃불나무에 알을 낳고 먹이를 찾는다. 허리케인이 큰 나무들을 쓰러뜨리면 숲에 햇빛이 더 들어와 기주식물이 급성장한다.
특히 샤우스호랑나비 애벌레는 신선한 잎을 잘 소화하기 때문에 먹이가 늘어나자 나비 개체수도 함께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허리케인 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앞으로 나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과거 샤우스호랑나비는 플로리다 전역에 분포했으나 도시 개발로 숲이 사라지고 모기 살충제에 영향을 받아 개체수가 급감했다. 1984년부터 미국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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