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기업은 어디일까?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최동진 소장이 이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온실가스를 100만톤 이상 배출한 국내 기업은 총 71개사에 달한다. 이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4억6500만톤으로 대한민국 전체 배출량의 71.9%를 차지한다.
그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온실가스 1000만톤클럽’이다. 삼성전자(1329만톤)와 쌍용씨앤이(1074만톤)를 포함한 10개 대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체의 43.5%로 국가 온실가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소수 대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여부가 국가 탄소중립 목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방증하는 수치다.
100만톤클럽에 속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업종별로 뚜렷한 편차를 보였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기업 간 감축 노력의 온도 차가 두드러졌다. LG전자는 2021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39.53% 줄여 업계 최대 감축률을 기록했다. 반면, SK하이닉스, 삼성SDI, 통신 3사는 배출량이 증가하며 다소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한일현대시멘트가 24.01%의 감축률을 보였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1%대의 소폭 변화에 그쳤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현대케미칼이다. 해당 기업은 2년 만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무려 72.45% 늘었고, 에너지 사용량도 78.98%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구체적인 감축 대책 부재 여부를 살펴볼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현대케미칼 관계자는 14일 본지에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난 이유는) 21년 HPC 공장 신규 가동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4년 HD현대오일뱅크 주관 작성한 탄소감축로드맵을 회사 KPI로 설정하여 수행중이며 동시에 공장 설비 교체 및 신규 설비 설치를 통해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HD현대오일뱅크, 여천NCC, 롯데케미칼, OCI 등은 두 자릿수의 감축률을 기록하며 저탄소 전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삼성전자, 에너지 사용량은 20% 증가...에너지 효율 관건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했지만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 기업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였지만, 에너지 사용량이 20.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너지 효율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배출량 감축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움을 나타낸다.
전체적으로 전기전자 업종은 온실가스와 에너지 사용량이 함께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으나 SK, KT, LG U+ 등 통신 3사는 사용량과 배출량이 동시에 증가했다.
한편, 에너지 사용량 감소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간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여천NCC 등은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인 동시에 배출량도 대폭 줄였다.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재생에너지 전환이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열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너지 사용량 줄인 기업이 온실가스도 줄였다
마찬가지로 현대케미칼처럼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한 기업은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량도 함께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생산 공정 변경, 연료 전환, 신규 설비 투입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현대케미칼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생산 공정의 변경, 연료 전황 등 공정 운영의 효율성이 아닌, HPC 공장을 신규 가동하고, 신규 사업을 진행함에 따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 결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소수 대기업들의 기후행동 여부가 국가 전체의 감축 목표 달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특히 탄소배출이 집중된 산업 구조 속에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저탄소 연료 전환은 생존 전략일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뉴스펭귄은 지난 2023년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00만톤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요 기업들의 배출실태와 개선노력을 집중 조명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의미 있는 보도였다.
해당 보도 후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였을까? 탄소중립 실현하고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은 잘 지켰을까? 그 부분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기업들의 최근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일일이 대조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증감 추이를 분석했다.
이번 기획은 크게 2가지 줄기로 나뉜다. 시즌1에서 보도했던 전기·전자, 석화·정유, 시멘트 3개 업종 기업의 2021년 이후 흐름을 살폈다. 이와 더불어 시즌1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음식료품 업종을 추가해 기업별 기후행동을 비교 평가했다.
위 기준에 따라 정리한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및 에너지 사용 관련 현황을 15회차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연재순서>
1. 기후악당들은 정말 달라졌을까?
2. 탄소배출 '큰 손' 기업 아쉬운 성적표
3. 국내 주요 식음료 기업 탄소배출 현황
4. 넷제로 외친 통신3사, 배출량 계속 늘었다
5. 삼성전자, 에너지 사용량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
6. LG전자, 온실가스도 에너지도 저감량 '최고'
7. 굴뚝산업은 온실가스 주범? 배출량 증감률도 고만고만
8. 아세아시멘트 3년새 에너지 사용량 25% 증가
9. 3년 전과 달라졌네...탄소배출 두 자릿수 감축한 한일현대시멘트
10. 에너지 기업들은 반성했을까? 기후대응력 0점 기업 현대케미칼
11. HD오일뱅크, 온실가스 배출 성적표 '좋음'
12. 여천NCC, 석유화학정유업종서 에너지 사용량 최대 감축
13. 음식료품업종 16개사 중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기업은 4곳
14. SPC삼립·오리온, 에너지 사용량 약 10% 증가
15. 대상, 온실가스도 에너지도 모두 줄였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뉴스펭귄에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기후악당들은 정말 달라졌을까?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국내 주요 식음료 기업 탄소배출 현황
- "돈 없을수록 더 위험" 불평등한 기후재난...한국도?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넷제로 외친 통신3사, 배출량 계속 늘었다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삼성전자, 유일한 '천만톤클럽'...에너지사용량 급증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LG전자, 배출량·사용량 저감 모두 ‘최고’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시멘트 업계 유일 ‘천만톤클럽’ 쌍용C&E “3년 연속”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아세아시멘트 "에너지 사용 늘었지만 배출 억제"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달라졌네"...한일현대시멘트, 탄소 두 자릿수 감축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HD현대케미칼 기후대응력 낙제점? ”2년 새 72.5% 늘어“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HD현대오일뱅크 배출 성적표 ‘좋음’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여천NCC·롯데케미칼 배출량 줄어든 원동력은?
-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대상·롯데웰푸드·삼양사가 탄소 줄인 방법
- 온실가스 배출 주범 HD현대오일뱅크, 1급 발암물질 쏟아냈다

